“사랑하는 남녘동포…” 회색 양복 입고 울먹인 김정은

입력 2020-10-10 19:44 수정 2020-10-10 20:27
북한이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열병식을 열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연설하고 있다. 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진행한 열병식 연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언급하며 “사랑하는 남녘 동포들에게 보건 위기가 극복되고 굳건하게 손 맞잡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조선중앙TV는 이날 자정에 열렸던 열병식을 19시간 만인 오후 7시부터 녹화 중계했다. 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을 연상케 하는 회색 정장 차림으로 등장했다. 같은 색 넥타이를 맸고 어두운 색 안경도 썼다.

연설에 나선 그는 “연초부터 하루하루 한 걸음 한 걸음이 예상치 않았던 엄청난 도전과 장애로 참으로 힘겨웠다”며 “가혹하고 장기적인 제재 때문에 모든 것이 부족한 속에서도 비상 방역도 해야 하고 자연재해도 복구해야 하는 난관에 직면한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라고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연설에 앞서 꽃다발을 주러 온 어린이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북한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음을 강조하며 “한 명의 악성 바이러스 피해자 없이 모두가 건강해 주셔서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북한 주민에 대한 감사와 미안함을 전하면서는 잠깐 울먹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얼마나 많은 분이 혹독한 환경을 인내하며 분투해왔느냐”며 “예상치 않게 맞닥뜨린 방역 전선과 자연재해 복구 전선에서 우리 인민군 장병이 발휘한 애국적 헌신은 감사의 눈물 없이 대할 수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너무나도 미안하고 영광의 밤에 그들과 함께 있지 못한 것이 마음 아프다”고 덧붙였다.

또 “전쟁 억제력을 계속 강화해나가겠다”면서도 “그 누구를 겨냥한 것은 아니며 우리 스스로를 지키자고 키우는 것뿐”이라고 밝혔다. 다만 “어떤 세력이든 우리 국가 안전을 다쳐놓는다면 가장 강한 공격적 힘, 선제적으로 총동원해 응징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연설에서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미국의 위협에 맞서 자위적 억제력을 계속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당 창건 기념일인 10월 10일과 75주년을 상징하는 모양으로 북한군이 광장에 사열해 있다. 연합뉴스

이날 열병식은 개최와 동시에 명예 기병 상징 종대와 53개 도보중대, 22개 기계화 종대 등이 김일성 광장에 차례로 입장했다. 각 종대는 “김정은 결사옹위”를 외치며 도열했다.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군 원수들인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박정천 군 참모총장, 김덕훈 내각총리,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과 현송월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도 눈에 띄었다. 다만 이들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조선중앙TV는 “할아버지 세대로 불리는 정규 무력의 첫 열병식 참가자들이 원자탄과 맞서야 했던 무기는 보병총에 불과했다”며 “오늘의 열병식에 참가하게 될 그들의 손자 세대는 너무도 변했고 누구도 상상 못 할 힘을 가지고 세상에 그것을 과시하게 됐다”고 자평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