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노동당 창건 75주년 당일인 10일 새벽 열병식을 개최하고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새로운 전략무기를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늘 새벽 북한이 김일성 광장에서 대규모 장비·인원 동원하에 열병식을 실시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이례적으로 심야 행사가 진행된 탓에 전략무기의 제원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미 정보당국은 열병식이 진행된 시간대에 찍힌 위성 영상을 비롯해 정찰기 등 첩보 자산으로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분석 중이다.
군은 이번 열병식에 나온 것으로 보이는 ICBM이 2017년 11월 발사한 ‘화성-15형’을 개량한 ‘화성-16형’인지 주목하고 있다. 화성-15형은 탄두부가 뾰족했던 화성 14형과 달리 둥글고 뭉툭한 형태였다. 이에 전문가들은 그간 북한이 신형 ICBM을 ‘다탄두 탑재형’으로 개발할 것으로 예상해왔고, 새 ICBM의 탄두부가 변형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만약 북한이 다탄두 ICBM을 개발했다면 이론적으로 미국 워싱턴이나 뉴욕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다탄두 ICBM을 만들기 위해서는 상단 로켓 또는 후추진제로 불리는 PBV((Post Boost Vehicle) 기술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ICBM은 발사 후 우주 공간에서 마지막으로 탄두가 들어있는 PBV를 분리한다. 이때 PBV에 달린 로켓이 점화돼 탄두를 원하는 목표지점 상공까지 운반한다. PBV 중앙부에는 모터가 들어있고 그 주위에 여러 개의 탄두가 있는 형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PBV 또는 대기권 재진입체 기술을 아직 완전히 확보하지는 못했을 거라고 예상하고 있다.
아울러 9축18륜의 화성-15형 이동식발사대(TEL) 크기나 미사일 길이 및 직경 변화 여부도 관심을 끌고 있다. 국방부는 화성-15형은 길이 21m, 직경 2m, 사거리는 1만3000㎞가량으로 추정하고 있다. 직경이 커졌다면 2단 추진제를 고체 연료 엔진으로 개발했을 수 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7일과 13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 인근 수직형 로켓엔진 시험대에서 두차례 엔진연소실험을 진행한 바 있다. 당시 군과 정보당국은 ‘신형 다단(多段) 로켓’을 개발하려는 목적으로 봤는데, 여기에 추력을 키우고자 했다면 연료와 산화제량을 더 넣을 수 있도록 길이나 직경을 키웠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사거리 역시 훨씬 늘어난다.
군 전문가는 “북한이 ICBM 길이를 마냥 크게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길이를 계속 키운다면 굽은 도로 등으로 TEL이 이동할 때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새 ICBM은 화성-15형과 길이는 동일하되 직경은 커졌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밖에 북한이 지난해 10월 2일 발사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을 동원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 SLBM ‘쥐랑(巨浪·JL)-2’와 외형이 닮은 북극성-3형은 시험발사 당시 최대 비행고도 910여㎞, 비행거리 약 450㎞로 탐지됐다. 길이는 10m 이상, 직경은 1.4m로 추정된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2월 28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된 노동당 최상위급 의사결정기구인 제7기 5차전원회의 보고에서 “곧 머지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보유하게 될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