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트럼프 때문에? 북한 ‘새벽 열병식’ 시나리오

입력 2020-10-10 14:14 수정 2020-10-10 14:45
지난 6일 촬영한 위성사진으로, 북한 평양 미림비행장 내 김일성광장을 본뜬 구역에서 오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앞두고 대규모 병력(가운데)이 열병식 예행연습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당일인 10일 새벽 열병식을 실시한 정황이 포착됐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늘 새벽 김일성 광장에서 대규모 장비·인원 동원하에 열병식을 실시한 정황이 나왔다”며 “한미 정보당국은 본행사일 가능성을 포함해 정밀 추적 중에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 운영자 태드 오캐럴도 “북한 열병식이 토요일 이른 아침에 이미 개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수의 소식통은 해당 시간에 평양서 항공기와 무인기, 중장비 소리가 들렸다고 했다”며 “금요일 자정에는 불꽃놀이도 있었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개최 시간은 언급되지 않고 있지만 우리 군 당국은 본행사였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만약 정말 열병식이 어둑한 새벽에 진행됐다면 상당히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통상 오전 10시를 전후해 개최해왔기 때문이다. 그 이유에 대한 해석도 다양하다.

앞서 군과 국내외 언론들은 이번 열병식에서 사거리가 늘어나거나 다탄두 탑재형인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등장할 가능성에 주목해왔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북한이 이같은 신형 전략무기들을 외부에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일부러 새벽 시간을 선택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무기 완성도가 떨어진 탓에 이를 감추려는 의도라는 주장도 일부 있다.

유례없는 심야 열병식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8월 13일 정치국회의에서 “모든 경축 행사들을 최상의 수준에서 특색있게 준비해 당 창건 75돌에 훌륭한 선물로 내놓을 수 있는 대정치 축전이 되게 하라”며 대책을 강구했다. 불꽃놀이나 발광다이오드(LED) 드론 등을 활용한 심야 볼거리를 자랑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또 북한이 내달 미국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 여부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무력시위를 자제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대규모 인원을 동원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눈에 띄지 않는 새벽 시간을 선호했을 가능성 역시 있다.

아직 북한 매체들은 열병식과 관련한 어떠한 보도도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과거 시차를 두고 열병식을 녹화 중계한 사례가 있는 만큼, 본행사가 맞다면 이날 오후 중 조선중앙TV에서 방송할 수 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