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온 노출’ 이어 이번엔 ‘백색 입자’… 독감백신 61만개 회수

입력 2020-10-09 19:34
백색 입자가 검출된 독감 백신. 식약처 제공

최근 상온 노출 논란에 휩싸였던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에서 이번에는 백색 입자가 검출됐다. 이에 백신 제조사가 총 61만5000개의 물량을 자진 회수하기로 했다. 백신의 효과·안전성 문제는 없지만 국민적 불안을 고려한 조치였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9일 브리핑을 열고 “‘한국백신’이 자사 인플루엔자 백신 ‘코박스플루4가PF주’ 4개 제조단위 61만5000개를 자진 회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해당 제품 일부에서 백색 입자가 발견된 데 따른 조치다. 식약처는 지난 6일 경북 영덕군 보건소로부터 일부 백신 제품에서 백색 입자가 발견됐다는 보고를 받고 조사에 나선 상태였다.

수거 검사 결과 신고된 제품과 제조번호가 같은 백신에서 단백질 99.7%, 실리콘오일 0.3%로 구성된 백색 입자가 나왔다. 추가 검사 결과 해당 업체가 올해 생산한 6개 제조단위 90만개의 백신 중 2개 제조단위에서 백색 입자가 확인됐다.

식약처와 전문가가 설명하는 이 백색 입자는 ‘응집한 항원단백질’이다. 최원석 고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날 식약처 브리핑에 배석해 “백신에 들어가는 단백질이 제조·유통 과정에서 약물 처리나 물리적 원인에 의해 응집할 수 있다”고 했다. 최 교수는 “단백질 응집체가 맞다면 전신적 이상반응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쪽으로 (전문가) 의견이 모였다”고 덧붙였다.

다만 주사 부위에 국소적 통증, 부종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백신의 효능에 영향이 있을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식약처는 선제적 조치 차원에서 자진 회수가 결정됐다는 입장이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1만7812명이 회수 대상 물량을 접종받았는데, 1명이 국소적 통증을 호소한 것으로 보고됐다.

식약처는 이번 백색 입자 검출 사태와 관련해 국가 출하승인 단계의 시험항목을 강화하는 등의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처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독감백신에 관심이 많은 상황에서 국민께 심려를 끼쳐 드려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61만5000개의 백신이 회수됨에 따라 국가 예방접종에 쓰일 물량이 부족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국가 예방접종은 오는 13일부터 재개될 예정이었다. 이 처장은 “백신 접종 물량과 관련해 질병관리청과 협의하겠다”고 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