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 전세난, 정부 통계서 확인됐다…4년9개월 만에 ‘최악’

입력 2020-10-10 00:03 수정 2020-10-10 00:11

가을 이사철이 한창인 가운데 전세시장의 수급불균형으로 발생한 전세대란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서울의 전세수급지수가 지난달 민간 통계에서 5년 만에 최고치를 찍은데 이어 정부 통계에서도 2015년 12월 이후 약 4년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 뿐 아니라 전국 전세수급지수도 4년6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정부가 7·10 부동산 대책 및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을 발표한 이후 약 2~3개월이면 전세시장이 안정세에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갈수록 시장 불안감만 짙어지는 모양새다. 정부가 전세대란을 막기 위한 추가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감정원 전세수급지수 2015년 12월 이후 ‘최고치’

10일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감정원의 부동산통계정보 전세수급동향(주간 아파트 동향)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121.4로 ‘수요 우위’를 기록했다.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지난 8월 17일 118.4, 8월 24일 117, 8월 31일 116.4로 소폭씩 하락하며 수급 균형을 찾아가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달 7일 117.5로 다시 반등하며 불균형이 더 깊어졌다. 이후 지난달 14일 117.6, 지난달 21일 117.5, 지난달 28일 119로 상승했다.

전세수급지수가 100일 경우 수요와 공급이 같은 상태로 시장이 안정적인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전세수급지수가 100을 넘어 200에 가까울수록 공급량에 비해 수요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급부족으로 시장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는 뜻이다.

가을 이사철에 접어들면서 전세 수요가 늘었지만, 그에 비해 서울 곳곳에서 ‘매물 잠김’ 현상이 벌어지면서 수요 우위 상태가 심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계약갱신청구권을 통해 기존 전세계약이 연장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신규 전세 물량의 씨가 말랐다. 여기에다 3기 신도시 등의 공급계획으로 임대차 시장에 머무르려는 수요가 많아지면서 매물 실종이 가속화했다.

한국감정원 부동산통계정보 전세수급동향(주간 아파트 동향)에서 확인한 전세수급지수 추이. 서울의 경우 2015년 12월 21일 이후 전세수급지수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감정원

특히 서울의 지난 5일 전세수급지수(121.4)는 2015년 12월 21일 122를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2016년 들면서 소폭의 등락을 반복했지만 쭉 하향세를 그렸었다. 2017년 12월 4일을 기점으로 100을 기록하며 균형을 찾은 이후 줄곧 ‘공급 우위’ 상태로 있었다.

하지만 이후 2019년 3월 11일 69.9까지 떨어져 저점을 찍은 뒤 다시 반등하기 시작했다. 2019년 10월 28일에는 100.3을 기록하며 수요 우위 상태에 접어들었다.

전국의 전세수급지수도 연일 상승세다. 지난 5일 110.4를 기록하며 전주(109.9)보다 0.5 포인트 올랐다. 전국 전세수급지수는 2016년 3월 21일 110.4를 기록한 이후 약 4년6개월 만에 최고치다.

민간통계에서도 5년 만에 '최악의 전세난'

서울의 전세난은 민간통계에서도 5년 만에 최악인 상태로 나타났다. KB부동산 ‘월간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189.3으로 지난 2015년 10월(193.1)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강남의 전세수급지수는 191.1로 최대치인 200에 근접했다. 강북의 전세수급지수는 강남보다 조금 낮은 187.5였다.

전국의 전세수급지수도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국 전세수급지수는 187.0으로 2013년 10월 187.1 이후 가장 높다. 특히 경기도의 전세수급지수가 193.9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이어 대구(192.6), 광주(192.0) 대전(190.6), 충북(189.8), 인천(188.3), 강원(187.6) 순이었다.

전세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적다보니 전세가격 상승세도 가파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서울의 전셋값 상승률은 0.08%로 67째 상승세를 기록했다. 세종의 경우 한 주 만에 전셋값이 1.39% 치솟으며 전국에서 가장 큰 상승률을 보였다. 울산(0.43%), 대전(0.25%), 강원(0.20%), 충북(0.20%), 경기(0.17%) 등도 높은 전셋값 상승률을 나타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뒤늦게 ‘대책 효과 미미’ 인정하고 해법 강구

그동안 정부는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정책 효과가 시장에서 나타나기까지 일부 시차가 있기 때문에 최근의 전세 가격 상승 및 전세수급 지수 상승은 단기적인 현상에 그친다고 해석했다. 특히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몇 개월 내로 전세 시장이 안정을 찾을 것이다, 전세 거래가 예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전세 시장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내비쳤다.

그러나 정부도 8·4 공급 대책 발표 이후 2개월이 넘도록 전세 시장이 안정세를 찾지 않자 뒤늦게 정책 효과가 예상만큼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대책 발표 후) 2개월 정도면 어느 정도 효과가 나지 않을까 했는데 아직 전세 시장이 안정화되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세 대란을 막기 위한 추가 대책을 찾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홍 부총리는 “전셋값 상승세가 쉽게 안정될 수 없을 것 같다”며 “정부가 추가로 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