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만삭 임신부 등 찍어누른 美경찰에 여론 ‘활활’ [영상]

입력 2020-10-10 07:15 수정 2020-10-10 07:15

미국 미주리주에서 백인 경찰이 임신 9개월 차 흑인 여성을 무릎으로 찍어누르는 등 무력을 동원해 제압한 사건이 공분을 사고 있다. 경찰은 정당한 체포 과정이었음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 여성에게 아무런 혐의가 없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9일 CNN 보도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달 30일 미국 중부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한 주유소 앞에서 발생했다. 당시 현장에는 흑인 수십명이 밀집해 있었는데 그중에는 만삭 임신부 데자 스털링스(25)도 있었다. 모여있는 사람들을 본 주유소 주인은 “15~20명쯤 되는 흑인들이 집단으로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취지로 경찰에 신고했다.

곧이어 도착한 경찰은 “주유소를 이용하거나 물건을 사지 않을 사람들은 모두 밖으로 나가라”고 명령했다. 이때 한 흑인 남성이 거부 의사를 밝히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경찰은 그를 뒤쫓아 뛰기 시작했고 추적 끝에 남성을 붙잡았다. 스털링스가 경찰에 제압당한 건 바로 이 과정에서다. 도주하던 남성과 경찰 사이에 서 있던 스털링스까지 체포 대상이 돼 함께 붙잡힌 것이다.


문제가 된 건 경찰의 진압 방식이었다. 당시 상황을 담은 영상을 보면 경찰은 스털링스를 바닥에 엎드려 눕힌다. 그다음 한 경찰관이 스털링스의 등을 무릎으로 찍어누르며 수갑을 채운다. 무력에 제압당한 스털링스가 비명을 지르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도 담겼다. 이를 본 주변 사람들이 “임신한 여성이다”라고 소리치자 경찰은 그제야 스털링스의 팔을 잡아당기며 일으키려 한다. 이후 스털링스는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옮겨졌고 건강에 이상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영상은 각종 SNS를 통해 빠르게 퍼졌고 경찰의 과잉 진압을 질타하는 반응이 쏟아졌다. 또 스털링스는 물론 당시 모여있던 흑인들이 싸움을 일으키거나 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니라는 증언이 나오면서 비판 여론은 거세졌다. 한 목격자는 “(그들은) 폭력에 희생된 자들을 기리는 흑인 인권운동 행사를 위해 풍선을 사고 그걸 나눠주고 있었다”며 “경찰이 오기 전에도 싸움은 없었다”고 말했다. 스털링스의 변호인 역시 “경찰은 스털링스가 (도주 남성의) 체포 과정에 개입했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CNN은 “경찰에 항의하는 집회가 5일간 이어지고 있다”며 “시위대는 스털링스를 체포한 경찰관과 책임자들을 해임하고 경찰 예산을 삭감하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경찰 당국은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겠다”면서도 “해당 경찰관을 포함해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들의 신원은 공개하지 않을 것이고 그들은 오히려 압력을 가하지 않기 위해 조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