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등장한 ‘광화문 차벽’…곳곳서 기자회견·차량시위

입력 2020-10-09 17:08 수정 2020-10-09 18:06
한글날인 9일 경찰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근무를 서고 있다. 연합뉴스

한글날인 9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 도로변에는 경찰 ‘차벽’이 세워졌다. 광장 주변 곳곳에 경찰관이 배치돼 차량을 검문했고 일부 단체의 기습 시위에 대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개천절과 달리 경찰 버스가 광화문광장을 에워싸지는 않았다. 검문소 숫자도 지난 3일보다 줄어든 모습이었다.

경찰 버스들은 오전 6시30분쯤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 도로에 모습을 드러냈다. 버스들은 세종대로 양방향 도로변에 촘촘히 붙어섰다. ‘차벽’으로 차단되지 않은 인도와 차도 사이 부분에는 철제 울타리가 놓였다. 서울 지하철 1·2호선 시청역과 5호선 광화문역 출구들은 오전 9시30분부터 통행이 막혔다. 시민들이 불만을 토로할 때 경찰관들은 “현수막에 적힌 ‘시민통행로’ 방향대로 가라”는 말을 반복했다.

전날 법원에서 한글날 광화문 집회 불허 결정이 이뤄졌지만 경찰은 지난 3일과 비슷한 규모의 버스와 경찰력을 동원해 시위에 대비했다. 경찰은 개천절과 달리 시민 불편 최소화를 위한 조치를 했다. 이중으로 설치됐던 차벽은 한 겹으로 얇아졌고, 90곳이던 검문소는 57곳으로 줄었다. 이날은 지하철 무정차, 버스 우회 등의 조치도 없었다.

광화문 일대 골목 곳곳에서는 경찰관들의 검문이 이어졌다. 덕수궁 대한문 인근이나 서울시의회 앞에서 경찰관들은 행선지를 물으며 신분증을 요구했다. 한 외국인 여성이 서울광장 앞 한 호텔에서 경찰관과 말이 통하지 않자 “포리너(외국인)”라고 거듭 말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시민들이 9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앞 버스정류장에 셔틀버스를 기다리기 위해 서있는 모습. 버스위치정보를 표시하는 스크린에 '우회'라는 글자가 보인다. 황윤태 기자

얇아진 차벽에도 도심 정체는 불가피했다. 좁아진 차선을 피해 몰린 차량들 때문에 도로변은 혼잡했다. 경찰이 종로·율곡로 구간에 4대의 셔틀버스를 투입했음에도 시민 이동 불편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못했다. 서울경찰청에서 광화문 건너 종로문화원까지 800여m를 가는 데 15분이 넘게 소요됐다.

보수 성향 단체들은 집회를 할 수 없게 되자 사전 신고가 필요 없는 기자회견을 이어갔다. 사랑제일교회 변호인단은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전광훈 목사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일부 지지자가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지만 큰 물리적 충돌로 비화하진 않았다. 815비상대책위원회는 방역 당국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차량 시위’는 소규모로 계속됐다. 애국순찰팀의 차량 9대는 수원역을 출발해 서초구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택, 광진구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자택 쪽으로 행진했다. 우리공화당의 차량 9대도 오후 2시 송파구 잠실역을 출발해 몽촌토성까지 이동했다.
한글날인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거리행진을 하던 8·15광화문국민대회비대위 관계자들과 이 단체 소속인 강연재 변호사가 경찰에 의해 이동이 통제되자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화문 일대 카페와 음식점은 일부 문을 닫았다. 상인들은 그래도 지난 개천절보다는 상황이 낫다는 반응이었다. 한 이탈리안 음식점 사장은 “말을 해도 듣지를 않는 사람들이니 경찰이 과한 대응을 하는 것”이라면서 “또 2.5단계 거리두기가 시작되면 그게 더 손해”라고 말했다.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37)씨는 “경찰도 사람인지라 결과적으로 광장 주위에 더 많은 사람이 있는 건데 괜찮은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서울시청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광화문에 세워진 건 코로나19 방어선이자, 영세사업자와 상인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울타리”라고 했다. 반면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오늘 광화문 광장에서 세종대왕 동상은 한나절 내내 울타리와 차벽에 갇혀 지낼 것”이라고 했다.

황윤태 양민철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