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주상복합 화재 15시간여 만에 진화…‘사망자 0’ 기적

입력 2020-10-09 16:33 수정 2020-10-09 18:26

울산의 33층짜리 주상복합아파트에서 8일 발생한 대형 화재가 15시간 40분 만에 진화됐다.

9일 울산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35분 초진을 완료하고 불티가 되살아나지 않도록 잔불을 정리하고 있다.

전날 오후 11시7분쯤 삼환아르누보 아파트 12층 발코니에서 시작된 불은 한때 건물 전체가 화염에 휩싸일 정도로 크게 번졌다.

소방당국은 화재 직후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인근 6개서 인원 96명과 소방차 27대를 동원해 1시간 30여분 만에 큰 불길은 잡았다.

그러나 이날 울진지역에 강풍이 불면서 진압에 어려움을 겪었다. 불길은 강한 바람을 타고 건물 전체로 번지면서 이 건물(127세대)과 인근 주민 등 수백명이 대피했다.

화재 발생 이후 지금까지 93명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소방청은 이날 특수소방장비 동원령을 내렸다. 부산·대구·경북·경남·울산·창원 6곳 소방본부의 헬기 4대(산림청 1대 포함)를 비롯해 고가사다리차, 고성능화학차 등 특수소방장비 및 펌프차, 물탱크차 등 90대가 동원됐다. 소방 410명, 기타인력 74명 등 484명도 투입됐다.

강한 바람에다 사다리차가 닿지 않아 헬기를 동원해 물을 뿌리고, 소방대원들이 불이 난 층에 진입해 집중적으로 진화하면서 초기 진화에 효과를 봤다.

이날 불은 외벽이 화재에 취약한 알루미늄 복합 패널이어서 피해를 키웠다.

이 건물의 외장재는 기존에 알려진 드라이비트가 아닌, 알루미늄 복합패널로 파악됐다. 때문에 패널 속에 숨어 있던 불씨가 간헐적으로 불특정 층에서 되살아나면서 화재 진압에 어려움을 겪었다.

알루미늄 복합 패널은 알루미늄 자체가 열에 강하지 않은 데다 판과 판 사이에 충진재로 들어간 수지가 불에 잘 타기 때문이다.

또 화재 발생 시 스프링클러는 정상 작동됐으나 옥상 수조의 물이 고갈되면서 작동이 정지되면서 진압이 오래 걸렸다.

소방청은 “건물 외벽이 알루미늄 복합패널로 시공돼 있고 복합패널의 접착제가 가연성이어서 숨어 있던 불씨가 간헐적으로 불특정 층에서 되살아나는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울산에는 소방 사다리차가 없는 것도 초기 대응에 어려움을 겪은 이유 중 하나다.

불이 난 아파트는 33층 규모로 높이 113m에 이르지만, 울산에 70m 이상의 소방 사다리차가 없어 부산, 대구 등 인근 시·도 소방본부에서 지원받았다.

울산경찰청은 화재 관련 수사전담팀을 구성하고 수사에 들어간다.

수사전담팀은 화재가 완전 진화되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당국 등과 함께 합동감식에 나설 계획이다.

한편, 이날 오전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화재 현장을 찾아 진화와 인명구조 상황을 보고 받았다. 진영 장관은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화재 진압과 인명구조에 총력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소방청·경찰청 등 관계부처와 울산시 등 지자체는 모든 가용한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신속히 인명을 구조하고 화재를 진압하라”고 긴급 지시를 했다.

울산=안창한 기자 chang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