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어장인 러시아 극동 캄차카 바다를 할퀴며 95%의 해양생물을 죽인 맹독성 기름띠가 남쪽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캄차카해역 남쪽에는 러시아와 일본이 영토분쟁을 벌이는 쿠릴열도가 있다. 이 또한 천혜의 경관이 살아 숨 쉬는 천연자원의 보고이다.
9일(현지시간) 러시아 극동연방대 연구진에 따르면 길이 40㎞가량의 기름띠는 캄차카반도를 따라 태평양 남쪽으로 서서히 이동하고 있다. 녹색을 띤 채 거품을 일으키는 기름띠는 폭이 100∼300m에 이르는 부분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름띠가 거의 정지상태로 1곳의 해안에만 머무를 것으로 예상됐지만, 항공촬영 결과 쿠릴열도를 향해 점차 남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앞서 지난 2일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러시아 지부는 홈페이지에 ‘캄차카에서 생태 재해가 발생했다’는 내용의 글과 함께 현지 영상을 공개했다. 캄차카의 서핑 명소로 알려진 할락티르스키 해변에 해양생물들의 사체가 여기저기 흩어진 모습이었다. 이후 현지 과학자들로 구성된 조사위원회가 수심 10∼15m 수중을 탐사했고, 대형 물고기·새우 등을 제외한 저서생물(benthos) 대다수가 폐사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맹독성 기름띠의 원인이 아직 미궁에 빠져있다는 점이다. 기름띠는 애초 유조선에서 유출된 것으로 추정됐다가 주변 군사기지에서 흘러든 로켓연료일 가능성이 유력하게 떠올랐다. 특히 최근 캄차카반도 일대에서 러시아군의 훈련이 진행됐다는 점으로 미뤄볼 때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만 러시아 국방부는 모든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상황이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