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조무사에게 747번이나 대리수술을 시켰다가 적발된 의사가 고작 자격정지 4개월 처분을 받는 데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대리수술을 지시한 의사에게 총 28건의 행정처분이 내려졌다. 이중 면허 취소는 5건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몇개월간의 자격정지에 그쳤다.
그 사례를 보면 2018년 의료기기 판매업체 직원을 수술실로 불러들여 총 100회에 걸쳐 무면허 의료행위를 지시한 의사는 자격정지 3개월 처분을 받았다. 또 의료기기 판매업체 대표를 74번이나 수술에 참여시킨 다른 의사도 같은 처분을 받았다. 간호조무사에게 무려 747회 수술을 맡기고 택시기사에게 환자 소개비를 지급하는 등 여러 차례 의료법을 위반한 의사 역시 자격정지 4개월 처분이 끝이었다.
의료법에 따르면 무면허 의료행위자에 대해서는 5년 이하의 징역형,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지시하거나 교사한 의료인에 대해서는 1년 이하의 자격정지만 가능하다. 더욱이 보건복지부는 ‘의료관계 행정처분규칙’을 통해 대리수술에 대해서는 자격정지 3개월, 유령수술에 대해서는 자격정지 6개월 처분만 내리고 있다. 정부가 불법 의료행위를 방조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권 의원은 “대리수술 또는 유령수술은 정황상 위계에 의해 행해질 소지가 많은데 이를 지시한 의료인에 대한 행정처분은 솜방망이 수준에 불과하다”며 “보건복지부가 실태 조사를 거쳐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와 처벌기준 상향 등 확실한 근절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리·유령수술 등 불법 의료행위를 지시하거나 방조한 의료인에 대해서도 무면허 의료행위에 준하는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의료법 개정안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