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화재 키운 알루미늄 복합패널 “불씨 파고들면 못 찾는다”

입력 2020-10-09 15:07
8일 오후 울산시 남구 주상복합아파트 삼환 아르누보에서 난 화재가 9일 오전까지 꺼지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울산 남구 주상복합아파트 삼환아르누보에서 발생한 화재는 건물 외장재 속에서 숨바꼭질하는 불씨를 잡지 못하는 바람에 조기 진압이 어려웠다. 삼환아르누보 아파트 외장재는 알루미늄 복합패널이 쓰였는데, 건물 외관 꾸미기에 좋아 학교와 상가 건물, 주상복합 아파트에 널리 쓰인다. 하지만 불씨가 일단 알루미늄 복합패널 내부로 번지기 시작하면 그동안 여러 화재 사고에서 피해를 키운 ‘샌드위치 패널’ 못지않게 위험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9일 외장재 시공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 화재가 발생한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 아파트 외장재인 알루미늄 복합패널은 학교와 영화관, 리모델링 상가 등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특히 상가가 입주해 있는 주상복합아파트에도 자주 활용된다. 알루미늄 복합패널 시공업체의 한 관계자는 “다양한 색상을 입힐 수 있고 건물 외부 돌출물이나 조형물을 설치하기도 편하다”며 “노후 상가 외벽 타일 등이 떨어져 낙하하는 것을 막기 위해 상가 외벽에 덧씌우는데도 쓰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알루미늄 복합패널이 화재에는 취약하다는 점이다. 알루미늄 자체가 일반 철제보다 녹는점이 낮고, 패널 사이에 들어가는 ‘심재’도 폴리에틸렌 등 가연성 있는 물질이 쓰일 경우가 많다. 더구나 이번 화재처럼 불씨가 외장재 안으로 파고든 경우에는 파괴력이 더 커질 수 있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안전관리학과 교수는 “알루미늄 복합패널은 샌드위치패널을 얇게 압축해놓은 것으로 보면 된다”며 “알루미늄 복합패널이 샌드위치 패널보다 화재에 특별히 강하지도 않지만 그런(불씨가 외장재 안으로 파고든) 경우에는 파괴력이 똑같다”고 말했다.

알루미늄 복합패널을 쓴 삼환아르누보도 진화가 쉽지 않았다. 지난 8일 오후 11시에 시작된 화재는 13시간 30분이 지난 9일 정오쯤에야 초진이 완료됐다. 그동안 불씨는 지하 2층~지상 33층 규모(높이 113m)의 건물 내부를 오가며 화재진압을 어렵게 만들었다. 소방청은 “(삼환아르누보) 건물 외벽이 알루미늄 복합패널로 시공돼 있고, 패널 속에 숨어 있던 불씨가 간헐적으로 불특정 층에서 되살아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알루미늄 복합패널의 위험성은 이미 알려진 바 있다. 이 교수는 “2010년 부산 해운대구 우신골든스위트 화재 때도 알루미늄 복합패널을 썼고, 지금처럼 건물 외벽 위주로 불에 탔다”며 “당시 화재 이전에는 외장재 규정이 전무했다가, 최근에는 점차 알루미늄 복합패널을 쓰기 까다로워지고 있는데 이번 화재 건물도 2010년 이전에 지어져 피해가 컸다” 삼환아르누보는 2009년 4월 준공됐다.

다만 패널 시공업계에서는 이런 위험이 비단 알루미늄 패널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불길이 외장재 안에서 위아래로 번지기 시작하면 (발화점을) 찾을 수가 없는 것은 매한가지다”며 “용접 작업 중에도 불이 날 수 있어서 최근에는 외장재와 단열재 사이 이음새를 용접하지 않고 볼트로 연결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