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 채택 갈등에 공방만… 21대 첫 국감도 ‘맹탕 국감’?

입력 2020-10-09 11:04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주요 증인 채택과 자료 제출 문제로 진통을 겪으며 ‘맹탕 국감’ 조짐이 짙어지고 있다. 야당은 북한군의 우리 공무원 피격 사건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군 특혜 의혹과 관련한 증인을 부르자고 연일 공세를 퍼붓지만, 야당은 “정쟁은 안 된다”며 강경하게 맞서는 형국이다. 본연의 행정부 감사보다 여야의 정치적 셈법이 우선시되면서 남은 국감 일정도 ‘한 방’이 없는 맥 빠진 감사로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증인 채택 문제를 둘러싼 여야 공방은 사실상 전 상임위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 7일 막을 올린 국방위·외통위 등 국감에선 피살 공무원의 형인 이래진씨를 증인으로 채택하는 문제로 힘겨루기를 벌였다. 법사위 등에선 야당이 추 장관 아들 의혹 관련 증인 채택 요구를 거론했지만 민주당 반대로 무산됐다. 복지위에선 추 장관 아들의 무릎 수술을 집도한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교수가 불출석 사유서를 내기도 했다.

전체 18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모두 민주당에 내준 국민의힘은 공세를 거듭하지만 마땅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8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필사적으로 증인 채택을 막는 민주당 의원들의 행태에 연민을 넘어 처연함까지 느낄 정도”라며 “국감을 하자는 것인지 국감을 방해하려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비대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여당 반대로 증인 출석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며 “참다운 국감이 이뤄질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야당이 증인 채택 문제로 국감을 파행으로 몰고 가려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6일 첫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국감은 정부를 비판하고 견제하는 고유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며 “야당의 정쟁과 꼼수에는 원칙과 상식으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여당의 강한 반발로 국방위와 법사위, 외통위 등의 일반 증인, 참고인은 여전히 ‘0명’인 상황이다. 과방위 국감에서도 네이버·카카오 관계자들은 여야 합의 불발로 증인 채택이 무산됐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구글코리아·넷플릭스코리아 대표 등 해외 인터넷 사업자 역시 국외 체류를 이유로 불참 의사를 밝힌 상태다. 국토위에선 정의당이 이스타 대량해고 논란으로 민주당을 자진 탈당한 이상직 의원의 증인 채택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여야의 대치는 연일 거세지고 있다. 지난 8일 국회 외통위 국감에선 국민의힘이 피격 공무원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무릎을 꿇고 사과해야 한다”고 공격해 여당 의원들이 항의하는 소란이 일었다. 같은 날 국방위에선 홍영표 민주당 의원이 “야당이 지나친 정치공세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야당이 거세게 반발하기도 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