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밤부터 시작된 울산 남구 달동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아파트 대형 화재가 10시간이 넘도록 완전히 진화되지 않았다. 70m 이상 초고층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화할 수 있는 고가사다리차가 울산에 없어 소방당국이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박완주(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울산소방본부에는 70m 고가사다리차가 없다. 전국에 일반사다리차는 461대가 있지만, 최대 23층까지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70m 고가사다리차는 전국에 10대뿐이다. 서울·경기·인천에 각각 2대씩 있고, 부산·대전·세종·제주가 각각 1대씩 70m 고가사다리차를 보유하고 있다.
전날인 8일 오후 11시쯤 대형 화재가 발생한 울산 남구 달동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아파트의 높이는 113m다. 울산에 70m 고가사다리차가 없다보니 소방당국은 부랴부랴 부산에서 고가사다리차를 지원 받아 화재진압에 나섰다. 박 의원은 “울산 아파트 화재가 현재 12층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며 “70m 고가사다리가 있었다면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을 것이다”고 밝혔다.
다만 70m 사다리차도 30층이 넘는 초고층 건물 화재대응은 어렵다. 또 도심에서 진입 공간 확보가 쉽지 않다는 한계도 있다.
전국에는 30층 이상 고층 건물은 4692개다. 아파트가 3885개로 가장 많다. 이어 복합건축물 690개, 업무시설 90개, 숙박시설 18개, 공장 5개 등이다. 이들 건물의 고층에서 화재가 나면 진화가 쉽지 않아 대형 화재로 번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소방 관계자들은 “불연성 건축자재를 사용하거나 소방시설을 강화하는 등 건축물내 화재 예방 환경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도 “이번 화재에서 드러난 건축 자재, 소방시설, 화재 대응 장비 등 관련 문제를 종합적으로 점검해 고층 건축물 화재 안전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