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광역시 남구 33층짜리 주상복합건물 ‘삼환아르누보’를 집어삼킨 화재가 9시간 넘게 진압되지 않고 있다. 강한 바람에 불길이 다시 번지면서 소방당국은 헬기까지 동원했다.
9일 소방청에 따르면 지하 2층∼지상 33층 규모에 127가구와 상가가 입주해 있는 주상복합건물 ‘삼환아르누보’에 전날 오후 11시 7분쯤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청은 화재 1시간30분 만인 9일 오전 0시30분쯤 삼환아르누보를 집어삼킨 큰 불길을 잡았다. 하지만 이날 새벽 건물 18층 부근에서 다시 화염이 솟아 사투를 벌였다. 밤사이 강한 바람이 불어 화재가 완전히 진압되지 않은 것이다.
건물의 외장재인 알루미늄 복합패널과 옥상 수조 물 고갈도 화재 진압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소방당국은 “알루미늄 복합패널의 접착제가 가연성이어서 급격히 연소한 것으로 보인다. 건물 외벽이 알루미늄 복합패널로 시공돼 있고, 패널 속에 숨어 있던 불씨가 간헐적으로 불특정 층에서 되살아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바람이 강하게 부는 상황에서 열기로, 위에 있는 스프링클러 헤드가 터지고 옥상 수조에 물이 고갈돼 진화에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소방청은 오늘 오전 6시15분쯤 18층 부근에서 불이 다시 번지자 고가사다리차, 고성능화학차 등 특수소방장비 및 펌프차, 물탱크차 동원령을 내렸다. 간헐적으로 불이 나고 있는 만큼 예상치 못한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부산, 대구, 경북, 경남 등 인근 시·도 소방본부 특수장비 출동을 명령한 것이다. 날이 밝으면서 울산 소방 헬기도 진압에 동원됐다.
울산소방본부는 이날 현장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번 화재 관련해 총 77명을 구조했고, 단순 연기 흡입으로 88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밝혔다. 소방당국은 소방 410명, 기타인력 74명 등 484명과 장비 60대를 투입해 진화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