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들은 ‘월북 가능성 전혀없다’ 진술… 해경이 숨겨”

입력 2020-10-09 09:26
연평도 어업지도선에 남아있던 공무원증(왼쪽 사진)과 슬리퍼. 연합뉴스

북한군 총격으로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47)씨와 함께 ‘무궁화 10호’에서 근무했던 동료 선원들은 당초 해경 조사에서 “이씨의 월북 가능성이 전혀 없고,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이 해수부로부터 입수한 ‘무궁화 10호 선원 13명의 진술조서 요약 보고서’에 따르면, 이씨의 월북 가능성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고 9일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해경은 지난달 23~24일 선원 15명 가운데 13명을 조사했는데, A 선원은 조서에서 “조류도 강하고 당시 밀물로 (조류가) 동쪽으로 흘러가는데 부유물과 구명동의를 입고 북쪽으로 헤엄쳐 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 B 선원도 “(이씨의) 월북 가능성은 없다”고 했다.

선원들은 정부가 ‘이씨 것’이라고 주장하는 갑판 위 슬리퍼에 대해서도 이씨 소유라고 답하지 않았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씨 실종 당일 함께 당직 근무를 했던 항해사 C씨는 이씨 복장에 대해 “해수부 로고가 새겨진 파란색 상의와 검은색 바지, 운동화를 신고 있었던 것 같다”고 진술했다. 이어 “(갑판 위) 슬리퍼가 이씨의 것인지 잘 몰랐다”고 덧붙였다.

선원 조사에서 월북 징후가 나오지 않았는데도 해경은 조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달 24일 ‘자진 월북’ 가능성을 언급했고, 29일 같은 결론의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김홍희 해양경찰청장은 이날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월북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슬리퍼에 대해선 “직원 대부분이 이씨 것이라고 진술했다”며 조서와 정반대로 답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