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원희룡 제주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유승민 전 의원를 비롯한 당내 잠룡급 인사들을 거론하며 “(이들이) 대권에 대한 포부를 말할 것이다. 대권(후보)군이 만들어지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그동안 기존 후보군을 혹평하는 듯한 발언을 주로 했던 그가 다소 변화된 스탠스를 보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김 위원장은 ‘킹메이커’를 자처한 김무성 전 의원 주도의 전·현직 의원 모임인 ‘더좋은세상으로포럼’(마포포럼) 강연 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이 모임 등을 통해 대권 관련 메시지를 내려는 이들 인사들이 국민의힘의 대선 후보군에 포함될 수 있다는 덕담이다. 김 위원장은 “자기 나름대로 무엇을 갖고 대권 후보를 한다는 발표를 하면, 대권 후보가 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들 지지율이 낮다는 기자들 질문엔 “지금 나오는 지지율은 별로 의미가 없다”며 “초기에 지지율 높은 사람이 대권 후보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답변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관한 질문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나한테 자꾸 우리 당에 소속돼 있지 않은 사람을 물어보지 말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진행된 비공개 강연에서 김 위원장은 “(안 대표를) 옛날부터 봐왔는데 대통령감이 아닌 것 같다”고 혹평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안 대표를 무조건 배제한다는 게 아니라 대선에 뜻이 있다면 국민의힘 안으로 들어와 경쟁을 해보라는 의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오는 12일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준비를 위한 경선준비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보궐선거 후보에 대해 “현역 의원이 나오면 국회의원 선거를 새로 해야 한다”며 “새로운 인물이 나오는 게 가장 적합하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을 부산시장 후보로 차출할 가능성에 대해선 “김 전 의원이 부산시장 나가려고 하겠느냐. 그런 욕심을 가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김 위원장의 강연 주제는 ‘보수정당, 어떻게 재집권할 것인가’였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