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능후 “의대생 사과 진심이겠지만… 예외 어려워”

입력 2020-10-08 17:58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영상으로 연결해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자료를 살피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정부가 일부 의대생과 주요 대학병원장들의 연이은 사과에도 의과대학 본과 4학년 학생의 의사 국가고시(국시) 재응시 기회를 부여하는 건 어렵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한다면 정부는 기회는 주겠냐”는 질의에 “진심 어린 사과를 했으리라 추측된다”면서도 “이 문제는 복지부와 의료계의 관계가 아닌 대국민과의 관계”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어 “정부가 1년에 수백개씩 치르는 국가시험 중 어느 한 시험만 예외적으로, 그것도 사유가 응시자에 의해 거부된 뒤 재응시한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어려운 문제”라고 했다.

다른 국가시험과의 공정성·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며 국민적인 양해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추가 응시 기회를 부여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박 장관은 전날 국감에서도 ‘국시 접수를 취소했던 의대생이 국민들께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는 제목의 국민청원에 대해 “진정성 있는 사과라고는 생각한다”면서도 “몇몇 사람의 사과로 (국민의 국시 추가 응시 수용도가) 높아질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대학병원장들이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위기상황에서 의대생들의 국가고시 미응시 문제' 관련 사과성명을 발표하기 앞서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동섭 연세대의료원장, 김연수 서울대학병원장, 김영모 인하대의료원장, 김영훈 고려대학교 의료원장. 사진=뉴시스

이날 주요 대학병원장들은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코로나19로 매우 힘든 시기에 의대생들의 국시 문제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면서 신규 의사를 배출하지 못하면 병원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는 만큼 재응시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정영호 대한병원협회 회장도 “국민께 죄송하다”면서 “반성과 용서를 구하는 심정으로 재응시 기회를 주시기를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이창준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단 설명회에서 “주요 대학병원장이 뒤늦게라도 사과한 것에 대해선 다행”이라면서도 “어제(7일) 정부 입장을 이미 밝혔고 하루 사이에 달라질 사항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국민적 양해에 대해선 “여론조사도 할 수 있겠지만 반드시 바람직한 방법이라 생각하진 않는다”며 “여러 경로를 통해 양해와 공감대 형성은 파악할 수 있고 국민 대표기관인 국회에서도 논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의대생들은 의과대학 정원 확대, 공공의료대학원 설립, 한방 첩약 급여화, 비대면 의료 육성 등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해 지난달 1일로 예정됐던 국시를 거부했다.

이에 국시 일정이 지난 8일로 연기됐지만, 대다수가 응시를 거부했다. 의대생들은 재접수 기한 연장 이후 18일이 지나서야 응시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