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초·가족모임 ‘뇌관’ 남았지만… 8월 연휴보다는 양호

입력 2020-10-08 17:46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추석 연휴 이후 등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8월 광복절 때보다는 감염 규모가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추석 벌초, 가족 모임 등을 계기로 집단감염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고, 9일부터는 한글날 연휴가 시작돼 방역 당국은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8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전일 대비 69명 늘어 총 확진자 수가 2만4422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국내 발생이 60명, 해외 유입이 9명이었다. 이달 내내 두 자릿수를 유지해오던 일일 신규 확진자는 전날 114명까지 증가했지만 하루 만에 다시 떨어졌다.

추석 연휴 시작 후 8일째에 접어들었으나 아직 폭발적인 확진자 증가세는 나타나지 않았다. 당초 정부는 연휴 초기 잠복기가 끝나는 이번 주 후반부에 확진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우려만큼 상황은 나빠지지 않았다.

8월 광복절 때와 비교해 전체적인 감염 규모는 줄어들 것이란 관측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민들이 8월 경험 때문에 이번에는 상당히 적극적으로 협조해줘서 그때보다는 지금까지 나타나는 양상이 좀 더 낫다고 판단한다”며 “이러한 상황이 계속 이어지는 게 중요하므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추석 연휴를 계기로 모인 가족들 사이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한 사례가 속속 나타나고 있어 위험요인은 여전히 남아있다. 대전에서는 추석 때 모인 일가족이 감염됐고, 함께 벌초를 했던 지인의 가족도 ‘n차 감염’이 이뤄져 이날 정오까지 12명이 무더기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확진된 대전 일가족 3명은 추석 연휴 첫날인 지난달 30일 함께 모여 식사를 하며 감염이 일어났다. 이 중 70대 남성은 지인과 경북 예천에서 벌초를 한 뒤 함께 식사를 했다. 이때 감염된 지인은 추석 당일인 1일 가족들과 모였고 며느리, 딸, 사위 등 7명에게 추가 감염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일가족 확진자 중에서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근무하는 직원도 있었다. 연구원은 이날 해당 직원이 지난 5일 1시간 동안 머문 동을 폐쇄한 뒤 재택근무를 실시했다. 또 확진 판정을 받은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은 지난 5일 등교한 것으로 확인돼 학교 측도 같은 반 학생 27명과 교직원 9명에 대해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했다.

경기도 화성에서도 추석 연휴인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총 8명이 참석한 가족 모임에서 6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곽진 방대본 환자관리팀장은 “추석 연휴 중에 화성이 아닌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일가족들도 모여 가족 모임을 했고, 추가적인 전파가 일어난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고양에서는 같은 집에서 생활하는 3대 가족 7명이 모두 코로나19에 확진됐다.

가족 중심의 집단감염에서 가장 우려되는 건 65세 이상 노인, 기저질환자의 안전이다. 이상원 방대본 위기대응분석관은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의 가장 큰 차이점은 코로나19는 60세 이상 연령층에서 치명률이 더 두드러지게 올라간다는 점”이라며 “고연령층 확진자의 발생이 증가하는 것을 경계하고, 요양시설 등 감염취약시설은 좀 더 검사를 많이 하도록 계획하겠다”고 말했다.

최예슬 기자, 대전=전희진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