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에 도전하는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사진)이 결선에 진출했다. 한국으로서는 세 번째 도전 만에 첫 WTO 수장 배출 가능성이 커졌지만, 선거 초반부터 제기됐던 ‘아프리카 대세론’을 넘기 위해서는 막판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는 평가가 많다.
8일 블룸버그통신은 사무총장 선출 과정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유 본부장과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후보 등 2명이 WTO 선거 최종 라운드에 진출했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25년 WTO 역사상 첫 여성 사무총장 탄생은 확정됐다. 유 본부장과 오콘조-이웰라 후보 모두 여성 후보다. 앞서 함께 2라운드에 진출했던 케냐의 아미나 모하메드 후보, 영국 리엄 폭스 후보,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마지아드 알투와이즈리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유 본부장의 WTO 총장 도전은 한국인 중에서는 1995년 김철수 전 상공부 장관, 2013년 박태호 전 통상교섭본부장에 이어 세 번째다. 한국인의 결선 진출은 김 전 장관 이후 두번째다. 결선 진출을 이뤄낼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활발한 외교전에 힘입은 측면이 컸다. 유 본부장 본인이 지난 7월부터 미국, 프랑스, 스위스, 스웨덴 등을 잇달아 방문하며 유세 활동을 펼쳤고, 문재인 대통령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5개국 정상과 통화하면서 유 본부장에 대한 지지를 당부하며 지원사격 했었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유 본부장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총 35개국에 친서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이날도 유 본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어려운 여건에서 선전했다.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격려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공직 입문 이후 25년간 통상 분야 외길을 걸어온 전문성과 현직 통상장관이라는 점도 유 본부장 결선 진출의 배경으로 꼽힌다. 유 본부장과 결선에서 맞붙을 오콘조-이웰라 후보는 나이지리아 재무장관과 세계은행(WB) 근무 이력이 있지만 통상 전문성은 떨어지는 편이라는 분석이 많다.
다만 실제 WTO 선거가 후보의 개인 역량보다는 국제무대에서 강대국 간 역학관계에 의해 막판 판세가 좌우될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1995년 WTO 출범 이래 아프리카 출신 사무총장이 없었다는 점 때문에 이번 선거는 초반부터 ‘아프리카 대세론’이 힘을 얻었다. 2라운드에서는 아프리카 후보가 나이지리아, 케냐로 표가 나뉘어 한국에 유리한 결과로 작용했지만, 결선에서는 다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내부회의에서 “제일 큰 고비가 남아 있다. 여기까지 온 이상 가능한 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 달라”며 “다자무역체제 발전과 자유무역질서 확대를 위해서라도 정부는 총력을 기울여 (유 본부장을)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종 결과는 다음 달 초 나온다. WTO 사무국에 따르면 선거 최종 라운드인 회원국간 협의절차는 오는 19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된다. 블룸버그는 최종 결론이 11월 7일 전에 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임성수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