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뒷담] 코로나 시국에도 의원님들 ‘과잉의전’은 여전

입력 2020-10-08 17:20 수정 2020-10-08 17:22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정감사장 풍경은 달라졌지만, 국회의원에 대한 피감기관의 ‘과잉 의전’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관가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국감 날 출근한 공무원들은 적잖이 당황했다. 평소 같으면 열려 있을 후문은 국감을 이유로 굳게 잠겨 있었다. 정문을 통과한 뒤 보이는 주차장은 평소에 이중주차, 삼중주차가 횡행했을 때 모습과 달리 한산했다. 전날부터 기재부가 직원과 출입기자들에게까지 문자메시지를 보내 주차장 차량을 외부로 옮겨줄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정부세종청사 4동 기획재정부 내 주차장 모습. 평소 같으면 이면주차된 차량으로 가득 차있을 상황이지만, 이날은 국정감사를 이유로 주차를 통제해서 한산했다.


장관 집무실 앞으로 연결되는 승강기를 포함해 6대의 승강기 가운데 3대 앞에 ‘국감으로 인해 1층, 5층만 운행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기재부 국감이 5층 대회의실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다른 층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상당수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이용 가능한 승강기가 줄면서 다른 층을 가는 승강기 안은 평소보다 부쩍 붐볐다. 한 공무원은 “의원들 아닌 일반 직원들은 코로나19에 걸리든 말든 상관없다는 것 같다”고 씁쓸하게 웃었다.

정부세종청사 4동 기획재정부 1층 승강기 앞에 국정감사장이 있는 5층으로만 운행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의원들을 위한 특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5층에는 부총리와 1·2차관 집무실 등 고위 간부 집무실이 많다. 코로나19로 국감장에 50명 이상 입장이 금지되자 기재부는 부총리 집무실을 비롯해 실장급 간부 사무실까지 의원과 보좌진, 상임위 전문위원단, 국회 출입기자 대기실로 했다. 대회의실 앞 화장실에는 어김없이 의원들 전용 일회용 칫솔과 치약, 구강청정제까지 놓여 있었다. 복도에도 의원 등이 무료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간이 카페’까지 차려놓았다. 이 모든 것은 그동안 국감 기간 피감기관의 관행이었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전혀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정부세종청사 4동 기획재정부 5층 화장실 세면대에 국회의원 전용 일회용 칫솔과 구강청정제 등이 놓여 있다.

점심시간으로 국감이 정회된 시간 동안에는 코로나19로 인해 그동안 폐쇄했던 옥상정원을 개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부 관계자는 8일 “코로나19 상황이 국감 기간이라고 달라진 것도 아닌데 폐쇄했던 정원을 개방한 것은 명백한 특혜 아니겠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