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의 손혁(47) 감독이 부임 첫 시즌을 완주하지 못하고 가을야구 목전에서 물러났다. 키움은 2020시즌 프로야구 정규리그(KBO리그)에서 준플레이오프 직행이 가능한 3위에 있지만, 손 감독은 정규리그 막판 부진을 이유로 사퇴를 결정했다.
키움은 8일 “손 감독이 전날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NC 다이노스와 홈경기를 마치고 김치현 단장을 만나 사퇴 의사를 전달했다”며 “구단은 내부 논의를 거쳐 이날 손 감독의 의사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손 감독은 구단을 통해 “최근 성적 부진에 대해 감독으로서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구단에 전했다. 나를 선임했던 구단에 감사하고, 기대만큼 성적을 내지 못해 죄송하다. 기대가 많았을 팬들에게 죄송하고, 선수들에게도 미안하다”고 말했다.
키움은 전날 NC와 홈경기에서 3대 4로 졌다. 승승장구했던 여름과 다르게 가을 들어 힘을 잃었다. 최근 10경기 승률은 3할대로 떨어졌다. 하지만 시즌 승률 0.550대를 유지하며 리그 3위에 있는 키움은 포스트시즌 진출의 가시권에 있는 팀으로 평가된다. 최근의 부진만으로 사퇴한 손 감독의 결심은 의문을 낳을 수밖에 없다.
키움 관계자는 “손 감독이 오직 시즌 막판 부진의 이유로 사퇴했다. 건강을 포함한 외부 요인은 없다”고 말했다.
손 감독은 지난해 11월 계약기간 2년에 연봉 2억원, 계약금 2억원을 포함한 총액 6억원으로 키움 선수단의 지휘권을 잡았다. 당초 예정된 계약 만료 시점은 2021시즌까지였다. 계약기간을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손 감독의 부임 과정도 파격으로 평가됐다. 키움은 2018년 플레이오프, 지난해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어 매년 팀을 한 단계씩 성장시켰던 장정석 당시 감독과 재계약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전격 경질하고 SK 와이번스 투수코치였던 손 감독에게 지휘권을 넘겼다. 손 감독의 사퇴는 부임 못지않은 파격의 사례로 남게 됐다.
김 단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산 여파로 정규리그 개막이 늦었고, 부상 선수가 많은 시즌이었지만 최선을 다한 손 감독에게 감사하다”며 “치열한 순위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현장과 프런트의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키움은 ‘임시 사령탑’ 체제로 전환됐다. 김창현 퀼리티컨트롤 코치가 감독 대행을 맡아 KBO리그의 잔여 경기를 책임진다. 김 감독대행은 대전고·경희대에서 선수로 생활한 뒤 2013년 구단 전력분석원으로 입사해 프런트 생활을 경험했다. 키움은 “선수단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데이터 분석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 지도자”라고 설명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