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등 난치성 뇌질환 연구 위해…가톨릭계 9명 “뇌기증 서약”

입력 2020-10-08 15:18
학교법인 가톨릭학원 상임이사 손희송 주교(왼쪽)와 김용식 서울성모병원장이 뇌기증 서약을 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사후 뇌 기증을 통해 알츠하이머 치매와 파킨슨병, 소뇌위축증 등 난치성 뇌질환을 극복하고 생명나눔 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움직임이 국내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본격 전개돼 주목을 끌고 있다.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은 8일 뇌은행을 정식 출범했다. 학교법인 가톨릭학원 상임이사인 손희송 주교와 김영국 신부, 김용식 병원장, 김인범 뇌은행장 등 9명은 사후 뇌기증을 서약했다.

알츠하이머 치매, 파킨슨병 등은 퇴행성 질환이다. 알츠하이머병은1906년, 파킨슨병은 1817년 처음 보고된 이후 무려 200여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근본적 치료법은 아직까지 개발되지 않았다. 이 질환들이 왜, 어떻게 발생하는 지에 대한 설명도 미흡한 실정이다.

이렇듯 퇴행성 뇌질환에 대한 정복이 어려운 이유는 인간의 뇌 변화를 확인할 방법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고자 해외 여러나라에서는 뇌 과학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됐고, 사후 뇌 기증을 받아 뇌 부검과 같이 직접 뇌를 들여다보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민족과 인종이 다른 한국에서의 뇌 연구도 절실한 상황이다.

뇌은행은 치매 및 이상운동질환을 진단받은 사람들의 동의를 구하고 사후에 뇌를 기증받아 퇴행성 뇌질환 진단 및 치료 연구를 위해 만들어졌다. 순수하게 뇌 연구 활동에 목적을 두고 있다.

손희송 주교는 “서울성모병원은 1936년 개원 이래 국내 장기이식 분야와 장기기증 운동을 선도하고 있는 만큼, 인류의 마지막 도전 영역인 뇌과학과 뇌질환 연구 분야에 큰 기여를 하리라 의심치 않으며 많은 뇌질환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뇌은행에서 진행하는 연구를 통한 예수님의 치유 손길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축원했다.

김용식 서울성모병원장은 “뇌은행은 퇴행성 뇌질환 극복의 유일한 희망을 여는 열쇠와 같으며, 이러한 뇌과학은 미국 유럽 중국 등에서 미래 의학의 지표로 꼽고 있는 영역”이라며 “정부에서도 이 사업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많은 지원을 시작하였듯이 이번 뇌은행 출범으로 서울성모병원의 퇴행성 뇌질환 임상·기초 연구의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