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8세를 넘은 복수국적자가 병역을 기피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못하도록 한 국적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A씨가 국적법 제12조 제2항 등에 관해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고 8일 밝혔다. 해당 조항은 복수 국적자가 만 18세가 되면 3개월 이내 하나의 국적을 선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적포기 신고도 이 기간에 해야 한다.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복수국적자 A씨는 국적이탈 가능 기간과 조건 등을 제한하는 국적법 조항이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재는 “복수국적자가 주된 생활주거지를 외국에 두고 생활해왔다면 복수국적 취득과 국적이탈 등에 관한 우리나라 법에 대한 이해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그럼에도 국적선택 기간이 경과했다는 이유로 병역의무 해소 전에는 신고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자유를 크게 제약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적선택 기간이 지나도 예외적으로 국적이탈을 허가하는 방안을 마련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반면 이선애·이미선 재판관은 반대 의견을 냈다. 두 재판관은 “해당 조항은 우리 헌법이 담고 있는 병역부담평등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며 “입법자가 국방과 병역형평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한 축으로 국적이탈이라는 개인의 기본권적 가치를 다른 한 축으로 해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희생시키지 않고 나름의 조정과 형량을 한 결과”라고 했다. 그러면서 “섣불리 예외를 허용해선 안된다”고 했다.
헌재는 “단순 위헌 결정을 한다면 병역의무의 공평성 확보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며 2022년 9월 30일까지 법을 개정하도록 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