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장들 ‘국시거부’ 대리사과에도…정부 “어려운 문제” 난색

입력 2020-10-08 10:56 수정 2020-10-08 17:00

의과대학 본과 4학년 학생의 의사 국가시험 응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요 대학병원장들이 머리를 숙였다. 정부가 국시 재응시를 위해 ‘국민 정서의 용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만큼 대국민 사과를 통해 상황을 풀어나가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정부는 ‘추가 시험 불가’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영훈 고려대학교의료원장은 8일 정부서울청사 본관 브리핑룸에서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매우 힘든 시기에 의대생들의 국가시험 문제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고 밝혔다.

그는 신규 의사가 배출되지 못할 경우 심각한 의료공백이 우려된다며 사실상 의대생들의 국시 재허용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김 의료원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엄중한 시점에서 당장 2700여명의 의사가 배출되지 못하는 상황은 상상하기조차 싫은 심각한 의료공백”이라며 “의료의 질 저하가 심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의료인으로서 또 선배로서 지금도 환자 곁을 지키고 코로나 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국민의 마음을 사지 못한 점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질책은 선배들에게 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6년 이상 학업에 전념하고 잘 준비한 의대생들이 미래 의사로서 태어나 국민 곁을 지킬 수 있도록 국가시험 기회를 허락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국민 여러분께 간곡히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정영호 대한병원협회장도 “국민께 죄송하다”며 “반성과 용서를 구하는 심정으로 재응시 기회를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복지부 국정감사에서 관련 질으에 “국민의 양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난색을 보였다.

박 장관은 “이 문제는 의료계와 정부가 한 몸으로, 국민과의 관계라고 생각한다”며 “정부가 1년에 수백개씩 치르고 있는 국가시험 중 어느 한 시험만 예외적으로, 그것도 사유가 응시자의 요구에 의해 거부된 뒤 재응시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문제”라고 밝혔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