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교사에게 아동 학대 누명을 씌우고 폭언·폭행을 가해 극단적 선택을 하도록 내몰아 벌금형을 선고받은 가해자 2명이 1심 판결에 대한 항소를 취하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업무방해·공동폭행·모욕 등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각각 벌금 2000만원을 선고받은 A씨(37)와 B씨(60)는 전날 대전지법 형사항소3부(부장판사 김성준)에 “항소를 철회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들이 항소 취하서를 낸 정확한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최근 숨진 교사의 유족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린 뒤 자신들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면서 다시 재판받겠다는 마음을 접은 것으로 법조계에서는 보고 있다. 이들이 항소를 취하하면서 별다른 사정 변경이 없는 한 이 사건 재판은 그대로 종결될 예정이다.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의 어린이집 교사였던 C씨는 2018년 11월쯤 아동학대를 의심한 학부모 A씨와 할머니 B씨로부터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함께 폭행을 당했다. A씨 등은 다른 교사와 원아가 있는데도 “저런 X이 무슨 선생이냐. 역겹다” “시집가서 너 같은 XX 낳아서” 등의 폭언을 하며 15분간 소란을 피운 것으로 조사됐다.
A씨 등은 어린이집 내 CCTV 녹화 영상 등을 통해 아동학대가 없었던 점이 확인됐는데도 근거 없이 학대를 단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C씨의 아동학대 혐의 사건은 “의심할 만한 정황이나 단서가 없다”는 취지로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됐다.
그러나 A씨 등은 이후에도 어린이집에 대한 민원을 시청에 지속적으로 제기했고, C씨는 지난 6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숨지기 이틀 전 C씨는 1심 재판부로부터 증인 소환장을 받았는데 법정 출석 요청에 큰 부담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1심을 맡았던 대전지법 형사7단독 백승준 판사는 법정에서 자신들의 혐의를 계속 부인하는 A씨 등에 대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증인으로 부르려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백 판사는 A씨 등에 대해 각각 벌금 2000만원형을 내리며 “징역형으로 엄중히 처벌하는 게 마땅해 보이지만, 약식명령의 형(벌금형)보다 더 큰 형 종류로 변경할 수 없다”고 말했다.
C씨의 유족은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려 “어린이집은 특성상 민원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저희 누나는 우울증 증세가 생겼다”며 “그들은 아예 누나의 생계를 끊을 목적으로 피를 말리듯 악랄하게 괴롭혔다”고 호소했다. 이 청원에는 전날까지 7만여명이 동의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