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경상수지 4개월 연속 흑자…수출·수입 동반 감소한 ‘불황형’

입력 2020-10-08 09:25 수정 2020-10-08 10:0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에도 8월 경상수지가 4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감소했고, 수입이 더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가 이어졌다.

한국은행은 8일 ‘2020년 8월 국제수지(잠정)’를 발표했다. 지난 8월 경상수지는 65억7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 4월 적자를 기록했던 경상수지는 5월(22억9000만 달러 흑자) 이후 4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 8월 상품수지가 70억1000만 달러 흑자를 내면서 지난해 11월(73억9000만 달러) 이후 9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영향이다.

하지만 ‘불황형 흑자’ 양상이 더 뚜렷해져 경제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는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경상수지 흑자가 수출 호조 속에서 나타난 게 아니라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나온 것이고 수입은 더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수출은 406억7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10.3% 감소했다. 반면 수입은 336억5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7.3% 줄었다. 수출입 모두 6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특히 불황형 흑자 기조는 지난 7월부터 두 달째 지속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국제유가 하락 등에 따른 에너지류 가격 약세로 원자재를 중심으로 수입 감소세가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은은 “수입이 수출보다 더 줄어든 것은 맞지만 최근 수입 감소 폭의 70~80%는 원유가격 하락 영향도 있어 완전한 불황형 흑자라고 정의하긴 어렵다”고도 덧붙였다.

8월 서비스수지는 8억 달러로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폭은 지난해 같은 달(-15억6000만 달러)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코로나19 사태에 해외출국자가 급감한 것이 서비스수지 적자를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행수지 적자는 4억7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적자 폭이 5억1000만 달러 줄었다. 운송수지는 항공화물운송수입이 증가하면서 3억9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전년 동월 4000만 달러 흑자와 비교하면 흑자 폭이 3억6000만 달러 증가했다.

배당소득 수지는 전년 동월 대비 14억9000만 달러 축소돼 적자로 전환했다. 이에 따른 본원소득수지는 전년 동월(20억2000만 달러 흑자) 대비 흑자 폭이 13억9000만 달러 줄어든 6억3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자본 유출입을 나타내는 금융계정 순자산은 48억4000만 달러 증가했다.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는 24억3000만 달러 증가했고, 내국인의 해외 증권투자는 28억3000만 달러 늘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