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 한국에 들어온 조성길(49) 전 주이탈리아 대사대리의 아버지는 북한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과 검열위원장을 지낸 조연준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8일 중앙일보는 익명의 복수 대북 소식통들을 인용해 “조성길 전 대사대리의 아버지 조연준은 지난해까지 당 정치국 후보위원을 지내는 등 북한 내 권력 서열 30위권 안에 들어가는 인물”이라며 이같이 보도했다.
소식통들은 “김정은 시대 들어 일부 완화되긴 했지만 북한은 해외 근무자들의 망명을 우려해 가족 중 일부를 북한에 남겨 두도록 한다”며 “망명 당시 조성길 대사대리는 가족과 함께 이탈리아에서 생활했는데 이는 특권층 자제임을 보여준다”고 매체에 설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조연준은 1937년생으로 2012년 ‘당속의 당’으로 불리는 노동당 조직지도부에서 제1부부장을 맡아 실세로 통했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당중앙위원회 검열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북한 최고지도부에 대한 충성심을 점검하고 당원들의 규율 확립을 책임지는 등의 역할을 했다.
다시 말해 북한 최고지도부에 대한 절대적 충성과 노동당원들의 규율을 감독했던 책임자의 아들이 한국으로 망명한 셈이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당 검열위원장은 당 간부들 사이에서 ‘저승사자’로 불린다고 한다.
조연준은 지난해 8월 29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14기 2차 회의 때 주석단에 자리하며 정치적 위상을 자랑했으나 이후 북한 매체에서 사라졌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말 열린 7기 5차 전원회의에서 검열위원장을 이상원으로 교체했고 조연준은 정치국 후보위원에서도 제외된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83세인 조연준이 고령으로 은퇴했을 수도 있지만 아들이 이탈리아에서 잠적해 서방 망명을 추진했음에도 한동안 현직을 유지하다 한국에 정착한 사실이 북한 내부에 알려진 뒤 문책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추정도 나온다.
1년 넘게 공개되지 않았던 조 전 대사대리의 한국 입국 사실은 지난 7일 국회 정보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을 통해 외부에 알려졌다. 전 의원은 “조 전 대사대리가 지난해 7월 한국에 자진해서 왔다”고 밝혔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