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시대의 ‘새로운’ 교회를 상상하다/포스트코로나와 목회연구학회 지음/대한기독교서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하루아침에 예배당의 교인이 없어지는 현실을 목격했다. 교회는 우왕좌왕하고 성도들은 흩어진다. 강요된 비대면 시대에 새로운 교회의 모습을 그려보는 건 절체절명의 과제다.
이런 위기의식에서 장로교 감리교 성결교에 속한 신학자와 목회자 11인이 ‘포스트코로나와 목회연구학회’ 이름으로 모였다. 1차 결과물로 비대면 시대 새로운 교회의 모습에 관해 각자 글을 써서 한데 엮었다. 언택트 시대 관계 중심의 목회를 위해선 온라인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며, 목회자의 권위를 내려놓고 신앙의 본질을 찾는 갱신 운동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김은혜 장로회신학대 교수가 도입부인 ‘언택트 시대의 관계적 목회 가능성’을 논한다. 김 교수는 먼저 “종교개혁이 미디어 혁명이었다는 사실을 상기하자”고 제안한다. 마르틴 루터의 16세기 선언문이 남달랐던 건 개혁에 대한 열망도 있었지만, 루터의 말과 글을 전달할 인쇄 미디어가 새로 등장했기 때문임을 주목한다. 이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면화된 디지털 온라인 방식에 대해 목회자의 적극적 지도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 교수는 “보다 선도적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목회 변화의 기회로 삼아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면서 “3대 7 혹은 4대 6으로 온·오프라인 목회전략을 재배치하고, 온라인 구역이나 온라인 성경공부를 담당할 부서 기술 재정을 준비해 흩어지는 양들을 하나님 네트워크 속으로 안내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영훈 성결대 교수는 온라인 공간에서 실험적으로 등장한 교회의 발전 가능성을 서술한다. 온라인 교회가 새 시대의 대안이라는 게 아니라, 사이버 공간이 현실적으로 중요한 선교 공간이므로 보다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코로나19로 급작스럽게 시작한 온라인 예배와 활동이지만, 코로나19 극복과 함께 이를 중단할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
윤 교수는 “인터넷 뱅킹처럼 처음 접속은 어렵지만 한번 경험한 편리함은 결코 되돌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온라인 교회가 시도된다면, 기존 교회의 온라인 지교회 형식이거나, 특정 성도를 타깃으로 설정한 독립적 교회가 될 것”이라며 “교회를 나오지 않는 ‘가나안’ 교인들, 등록하지 않고 예배만 참여하는 소위 ‘안개’ 성도들, 온라인 문화에 익숙한 젊은 구도자들을 대상으로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황성은 창동염광교회 목사는 온라인 교구 준비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박은호 정릉교회 목사는 겉멋을 버리고 다시 출발하는 코로나19 시대 목회를 설명한다. 송용원 은혜와선물교회 목사는 공동선과 연계된 ‘일’의 신학을 다루며, 이성호 연세대 강사는 코로나19에 대한 생태적 이해와 생명존중 신앙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필자들은 8일 유튜브를 통해 교회의 새 모습과 공공성을 토론하는 비대면 발표회도 진행한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