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통 깨 마스크 기부했던 양지마을 4남매, 확진된 사연

입력 2020-10-07 18:1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발병으로 동일 집단격리(코호트 격리) 조처가 내려진 7일 전북 정읍시 정우면 양지마을. 보건 당국 관계자가 마을 주변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북 정읍시 양지마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된 어린 4남매가 6개월 전 이웃 어르신들을 위해 마스크를 기부한 사실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양지마을은 현재 이 남매 가족의 집단 감염 사례 이후 동일 집단격리(코호트 격리)된 상태다.

7일 정읍시에 따르면 이 남매는 지난 4월 마스크 구매가 어려운 동네 어르신들을 위해 정우면사무소에 마스크 500장을 기부했다.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 4남매는 부모로부터 받은 용돈을 모아둔 저금통을 깨 마스크를 구입했다고 한다.

기부 당시 4남매는 “우리가 기부한 마스크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어른들과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조희산 정우면장도 “마스크를 전달받을 어르신과 아이들에게 4남매의 마음을 꼭 전하겠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약 6개월 뒤인 지난 5일 이 남매는 코로나19에 확진됐다. 아이들의 어머니이자 전북 133번째 확진자인 30대 A씨로부터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A씨는 추석 연휴 기간 시댁, 친정 가족들을 만났는데 보건당국은 A씨가 친정 오빠에게 감염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 4남매, 시부모, 친정 오빠 등 일가족 8명이 모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정읍시 관계자는 “마스크를 구매하러 가기 어려운 동네 어른들과 아이들을 위해 마스크를 기부했던 아이들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마을에서 확진자가 더 나오지 않도록 방역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