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남대서양에서 침몰해 한국인 8명을 포함해 22명이 실종된 스텔라데이지호 참사가 정부 공식 통계에서 빠진 것으로 드러났다. 재난관리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가 매뉴얼만 내세우면서 결과적으로 많은 인명피해를 낸 대형 해양사고를 정부가 ‘재난이 아니다’라고 판단한 꼴이 됐다.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행안부가 낸 ‘2017 재난연감’에 스텔라데이지호 참사는 누락됐다. 알 수 없는 원인으로 14만t급의 초대형 화물선이 침몰해 국민 8명이 한꺼번에 실종됐고, 지난해 2월 53억원의 예산을 들여 심해수색까지 벌인 사안임에도 관련 내용이 정부 공식기록에는 빠진 셈이다.
재난연감은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따라 매년 발간되는 정부 공식 통계자료다. 행안부가 관련 중앙부처나 지방자치단체에 요청해 사례를 취합하고, 감염병·해양사고·붕괴 등 28개 유형으로 나눠 기록한다. 1996년 처음 발간한 이래 2018년도 연감까지 나와 있다. 분량도 400페이지가 넘는 연감에는 해외에서 벌어진 주요사고 사례까지 상세히 실려있다.
문제는 스텔라데이지호의 경우처럼 피해 규모에 상관없이 사고 당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나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지역본부)가 설치되지 않으면 ‘연감 상 재난’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당시 외교부는 중대본 대신 ‘재외국민보호대책반’을 꾸렸고 지역본부를 설치한 지자체는 어디에도 없었다. 반면 2019년 5월 헝가리 유람선 침몰사고(27명 사망·1명 실종) 때는 외교부가 중대본을 꾸렸고 인천시도 지역본부를 구성했다.
게다가 행안부는 연감을 작성할 당시 해외재난 대응을 주관하는 부서인 외교부에 별도의 요청이나 확인을 하지 않았다. 국내외 재난관리를 맡는 행안부가 매뉴얼 상의 문구에만 집착해 재난 관련 기록을 모아 평가하고 대응 시스템을 개선하자는 연감 발간의 기본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평가다. 스텔라데이지호 사건은 ‘중대본, 지역본부 설치’라는 기준에 부합하지는 않지만 진상규명이 끝나지 않은 대형 해양재난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 공식자료에 기록되는 것이 합당하다.
재난피해자는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다. 허영주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포르투갈, 미국 등 해외사고 사례까지 재난연감에 넣어놓고 정작 국민 8명을 포함해 22명이나 실종된 참사가 통째로 빠진 것을 이해할 수 없다. 같은 참사 일어나면 제대로 된 대응을 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민주당 재해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오 의원은 이에 대해 “행안부는 대규모 재난안전관리본부를 둔 공룡조직인 데 비해 국민 피해를 살피는 일에는 구멍이 나 있다”며 “이들이 더는 어떤 부처에서도 신경 쓰지 않는 피해자로 남지 않도록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