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추석 연휴 이후 처음 100명대로 올라서면서 연휴 동안의 ‘조용한 전파’가 현실화하고 있다. 확진자 급증 추세가 이어지면 오는 주말 결정되는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7일 0시 기준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전일 대비 114명이 늘어 총 확진자 수가 2만4353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날과 비교하면 39명 증가했다. 강도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추석연휴에 고향을 방문한 후 가족·친지간에 감염된 사례가 일부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일가족 집단감염이 발생한 전북 정읍에서는 마을 주민 3명이 추가 확진돼 누적 확진자가 12명으로 늘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는 추석 당일인 지난 1일 충북 단양에 다녀온 귀성객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동대문구는 이 확진자가 단양에서 감염된 것인지, 서울에서 감염돼 단양을 방문한 것인지 감염경로를 조사 중이다.
서울에서는 방문판매, 투자업체발 집단감염이 또 발생했다. 영등포구·광진구 화장품 방문판매업체와 관련해 지난 4일 첫 확진자가 나온 후 현재까지 총 8명이 감염됐다. 인천 부평구 온라인투자회사인 판도브라우저 관련 확진자도 6명이 확인됐다.
서울 도봉구 정신과 전문병원인 다나병원 관련 누적 확진자는 이날 정오까지 50명으로 늘었다. 경기도 의정부 마스터플러스병원 관련 확진자는 17명 추가돼 30명이 됐다.
신규 확진자는 100명대로 늘었지만 아직 폭발적인 증가세로 이어지진 않았다. 하지만 향후 2~3일 동안 상황이 악화하면 이번 주말에 예정된 거리두기 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거리두기 2단계에 따른 국민 피로도가 커지면서 정부가 이를 하향 조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섣부른 하향 조정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 거리두기를 1단계로 낮추면 앞으로 확진자는 증가할 것”이라며 “지금 나오는 확진자는 연휴 초기의 전파이고, 연휴 막바지까지의 영향을 보려면 최소 개천절 이후 열흘까지 상황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방역 사각지대’ 확진 사례도 나오면서 감염 취약지에 대한 점검도 필요한 상황이다. 전날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와 관련한 확진자 중 한 명은 지하 1층에서 공용 주방, 화장실을 쓰면서 감염된 것으로 조사됐다. 공용 공간이 있는 생활시설은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지만 지켜지기가 어렵다. 지난 7월 서울 강남구의 한 고시원에 입주했던 정모(23·여)씨는 “고시원 내에서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며 “불안감에 한 달 만에 나왔다”고 전했다.
고시원뿐만 아니라 이주노동자 숙소도 방역 취약지 중 하나다. 정부는 지난 6월 1개 주택에 외국인 10~20명이 밀집해 거주하는 ‘벌집촌’의 방역 대책을 세우고, 외국인근로자 기숙사 493곳의 방역을 점검했다. 점검결과 기숙사 중에는 1개실에 4명 넘게 거주하는 곳도 있었다. 김 교수는 “여러 사람이 함께 쓰는 공용공간이 있는 곳은 환기를 자주 시키고 접촉이 많은 곳을 수시로 소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예슬 송경모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