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만은 양보 없다…현대차, 불성실 직원에 ‘철퇴’

입력 2020-10-07 17:31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전경. 연합뉴스

현대자동차가 비정상적인 근무를 일삼아 온 일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연일 철퇴를 가하고 있다. 글로벌 톱 브랜드로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현대차가 품질 문제와 직결될 수 있는 근로 현장에서의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고, 불안 요소를 제거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7일 현대차에 따르면 충남 아산공장에서 수개월간 무단으로 조기 퇴근했던 직원 1명이 지난달 말 해고됐다. 또 울산공장에서는 공장 내 ‘카풀’을 목적으로 생산용 차량을 이용한 직원 2명이 3개월의 정직 처분을 받았다.

직원 간 ‘작업 몰아주기’ 행태도 적발됐다. 2~3명이 해야 할 작업량을 1명이 도맡고 나머지 근로자가 쉬는 ‘묶음 작업’ 사례가 드러나 직원 50명이 정직과 감봉, 견책 등의 징계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품질 결함으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인데도 일종의 관행처럼 여겨져 왔던 행태에 대해 제재에 나선 것이다.

현대차의 불성실 근로 관련 징계는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7월에도 상습 조기 퇴근자 300명 이상에게 무더기 징계를 내린 바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생산라인을 거슬러 올라가 미리 자신이 맡은 작업을 끝내고 일찍 퇴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낚시를 하려고 근무지를 이탈했다가 정직 처분을 받은 직원도 있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징계는 회사 내규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며 “일부 직원들의 잘못된 근로 행태를 바로잡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 같은 징계에 현대차의 품질 관련 이슈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에선 작업 도중 업무용 와이파이망으로 유튜브 영상을 본 일부 생산직원의 사례가 알려져 외부의 비난을 샀다. 올 초 제네시스 GV80은 디젤엔진 떨림 현상으로 출고가 보류됐다. 투싼 등 신차는 품질 테스트 기간을 늘려 예정된 출시를 미루기도 했다. 최근엔 원인 규명 중인 코나 일렉트릭(EV)의 화재 사고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대차 내부에서도 미래 모빌리티 기업 도약을 위해 품질 혁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품질, 안전, 환경과 같은 근원적 요소에 대해서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한 치의 양보 없는 태도로 완벽함을 구현해 나가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지난 7월에는 현대차 고객들을 초청한 품질 품평회가 열려 내부에 생중계까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선 품질과 관련된 거침없는 쓴 소리가 오갔다고 한다. 현대차 고위 임원들도 이를 지켜봤다는 후문이다.

노조 역시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6월 ‘품질혁신 노사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노조 측은 “회사와 조합원들의 미래를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시기에 일부 조합원들의 일탈 행위가 불거져 안타깝다”는 입장이다. 이상수 지부장 등 현대차 노조 현 집행부는 잘못된 근무 관행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노조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전하기도 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