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와앙우와앙~ 하, 이 소음 라이더들을 어찌할꼬

입력 2020-10-07 17:15
16일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배달 오토바이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구로구의 한 아파트 경비원 이모(59)씨는 매일 주민들로부터 받는 ‘오토바이 소음 민원’ 때문에 괴롭다. 배달 오토바이 소리가 너무 시끄럽다는 불만인데, 이씨로서는 마땅한 해결책이 없기 때문이다. 배달원들에게 항의해봤자 돌아오는 건 대부분 ‘바쁜데 어쩌라는 거냐’는 퉁명스러운 대답 뿐이다. 이씨는 “우리도 주민 민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얘기하는 건데, 때때로 배달원들이 되레 화를 내 시비가 붙는 경우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음식이나 생필품 배달이 늘면서 배달 오토바이 소음 관련 민원도 늘고 있다. 경찰과 지방자치단체가 불법 소음기 개조 오토바이 특별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실효성 있는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관리법에 따르면 오토바이에서는 105㏈ 이상의 소리가 나면 안 된다. 105㏈은 통상 기차가 지나가는 수준이다. 그러나 한국교통안전공단에 신고하지 않고 불법으로 개조한 오토바이 중에서는 120㏈이 넘는 굉음을 내는 오토바이도 적지 않다.

온라인에서는 소음기를 저렴한 비용으로 교체하는 방법이나 단속 규정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공유되기도 한다. 사진은 불법 소음 오토바이들을 비판하는 동영상 캡처. 유튜브 캡처

라이더 사이에도 불법 개조 오토바이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서대문구에서 일하는 30대 라이더 최모씨는 “요즘 나오는 순정 오토바이는 생각보다 더 조용해서 도로에서 자동차들이 우리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고 핸들을 꺾어 사고가 일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안전을 위한 조치이기도 하고, 또 원룸촌에서는 오토바이 소리를 듣고 미리 내려와 있는 고객도 있어 편리한 부분도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다른 라이더 곽모(44)씨는 “사고예방보다는 단순히 멋을 내고 싶어 불법으로 소음기를 개조하는 라이더도 적지 않다”며 “라이더 이미지만 깎아먹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지방자치단체와 경찰도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효과는 크지 않다. 서울시는 경찰과 함께 지난 7~8월 7번의 특별단속에 나서 93대의 불법개조 오토바이를 적발했지만 이 중 소음기 관련 불법개조 적발 건수는 28대에 불과했다.

경찰 관계자는 “배달 오토바이의 경우 생업이 걸려있어 적극적으로 입건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도 “올해는 장마가 길어 평소보다 단속이 더 어려웠다”면서 “민원이 들어오면 단속에 나서지만 깔끔히 해결된다는 느낌은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업계 자체적으로 라이더 장비 규정을 명확히 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배달대행 업체 관계자는 “개인 소유 오토바이의 개조 여부에 대해서는 별다른 규정이 없다”고 했다. 다른 배달업체 관계자는 “오토바이를 라이더에게 대여해주는 업체도 있는데, 오토바이 매입 과정에서 불법 개조 오토바이가 유통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오토바이 수요가 늘어난 만큼 해외와 비슷한 수준으로 배기소음 규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일부 주에서는 배기소음 규제 상한선을 99㏈로 정했고, 일본도 2009년 오토바이 배기소음을 105㏈에서 96㏈로 낮췄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