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공개(IPO) 시장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는 가운데, 많은 공모주를 배정받는 외국인투자자가 쉽게 ‘단타 매매’를 할 수 있어 개인에게 불리한 환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상장된 시가총액 상위 회사들의 외국인 의무확약보유비율이 5%에도 미치지 못하는 데 따른 것이다. 또 IPO 시장의 ‘대어(大魚)’로 꼽혔던 기업들의 주가는 상장 이후 고점을 찍은 뒤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20년 IPO 공모주 배정 현황’에 따르면 시총 상위 10개사의 외국인에 대한 의무확약보유비율은 평균 4.64%에 그쳤다. 의무보유확약이란 공모주를 상대적으로 많이 배정받는 기관투자자 등에게 주가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일정 기간 공모주를 보유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의무보유확약비율은 법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고, 상장 주관사가 자율적으로 정하고 있다.
특히 SK바이오팜의 경우 외국인은 의무보유확약 없이 전체 공모주 물량의 31%를 배정받았다. 기관은 26% 가량, 일반 투자자는 20%였다. 의원실 관계자는 “외국인에 대한 배정 비율이 가장 높은데도 주식을 일정 기간 보유할 의무가 없었다는 점이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SK바이오팜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에서 증거금은 30조9899억원이 모였고, 경쟁률 323.02대 1을 기록했다.
게다가 외국인은 상장일인 지난 7월2일부터 종가 기준 최고가(21만7000원)를 기록한 7월8일까지 SK바이오팜 주식을 총 7263억원 가량 팔아치웠다. 이에 따라 SK바이오팜은 해당 기간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 순매도 종목 1위에 올랐다. 반면 개인은 같은 기간에 SK바이오팜을 5807억원 사들였다.
김 의원은 “통계상 외국인은 의무보유확약을 하지 않은 채 물량을 배정받아 단기간에 차익실현을 하려는 경향이 커 보인다”며 “신규 매수하는 개인 투자자가 단기 ‘오버슈팅’의 피해자가 될 수 있으니 추격 매수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공모주 흥행’에 성공한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의 주가는 상장 이후 힘을 못 쓰고 있다. 7일 기준 SK바이오팜의 주가는 14만3500원으로 최고가(21만7000원) 대비 33% 감소했다. 카카오게임즈의 경우 지난달 11일 ‘따상상(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오른 뒤 2거래일 연속 상한가)’된 금액 8만1100원에서 32% 가량 떨어졌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