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전환 서울국제공연예술제, 또 개막 미룬 속사정

입력 2020-10-07 16:54 수정 2020-10-07 16:56
안은미 신작 ‘나는 스무살입니다’ 이미지. 스파프 홈페이지 캡처


올해 20회를 맞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스파프)는 국내 최대 규모의 공연예술축제다. 매년 9~10월 사이에 열리는 스파프는 올해 10월 8~31일 서울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온라인 중계가 결정됐다.

스파프는 올해 해외 초청이 어려워지면서 국내 팀 위주로 라인업을 꾸렸다. 변동될 수 있으나 현재는 연극 7편, 무용 11편, 음악극 1편 등 총 19개 단체의 19편을 유료 상연할 계획이다. 최근 서울예술단·국립오페라단·국립극단 등 국공립 예술단체가 유료 온라인 공연에 나선 가운데 대형 공연축제로는 스파프가 처음 깃발을 들었다. 최근 온라인 유료 후원리워드 기능이 마련된 네이버TV로 연극과 무용 2개 채널에서 작품을 선보인다.

올해 라인업에는 현대무용의 아이콘 프랑스 제롬 벨의 ‘갈라’와 현대무용가 안은미 신작 ‘나는 스무살입니다’, 최근 한국관광공사 광고 영상에서 화제를 모은 엠비규어스 댄스컴퍼니의 ‘기가막힌 흥’ 등 굵직한 작품이 두루 포진해 있다. 다만 스파프는 실시간 중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방송 사고 등을 미리 방지하고 양질의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모든 작품의 녹화 편집본을 중계하기로 했다.

온라인 중계 방침을 정한 뒤 스파프는 축제 작품들의 영상을 녹화하기 위해 개막을 셋째 주로 잠정 미뤘었다. 하지만 최근 개막을 또 다시 미루고 장고에 들어갔다. 이례적으로 온라인 녹화 중계를 택한 올해 축제가 영상물 등급 심의 등 예상 밖 난제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엠비규어스 댄스컴퍼니의 ‘기가막힌 흥’ 이미지. 스파프 홈페이지 캡처


스파프는 온라인 개최 가닥을 잡은 지난달 초부터 예술단체와 협의에 나섰다. 그리고 지난달 셋째 주 전면 온라인 개최가 확정된 후 작품의 창작진과 논의해 영상 저작권 문제 조율에 나섰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예산이 9억원 정도인 스파프는 아르바이트 직원 채용 등 대면 행사 예산을 촬영 예산으로 전환하는 등의 방법으로 온라인화에 따른 비용 충당에 나섰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계속 나왔다.

스파프는 온라인 개최 결정과 동시에 축제의 개막을 미뤘다. 공연마다 사전 녹화가 필요하고, 공연을 상연하면서 다음 작품 영상의 편집을 함께 진행하려면 그만큼 시간적 여유가 필요해서다. 원래대로라면 축제의 중반 정도인 셋째 주까지는 개막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개막이 다시 미뤄지게 된 것은 영상물 등급 심의와 네이버TV 콘텐츠 심의 기준 조율이라는 새 과제를 맞닥뜨리면서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현재 인터넷·스마트폰 VOD(주문형비디오) 서비스의 등급 분류를 규정하고 있다. 최근 국립오페라단 ‘마농’이나 EMK뮤지컬컴퍼니 ‘모차르트!’ 같은 일회성 스트리밍은 심의에서 제외되지만 장기간 여러 공연 영상이 상연되는 축제는 VOD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 만약 스파프의 작품 영상이 영상물 심의를 받는 게 확실해지면 해당 절차에 2주 이상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게다가 축제에서 선보이는 작품이 순수예술에 속하지만 노출이나 폭력적 장면으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실제 라이브 공연에선 나이 등급이 있다면 충분히 허용되는 여성 상반신 노출 등이 전체 관람가인 네이버 영상 중계 기준으로는 선정적이어서 ‘부적합 콘텐츠’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온라인 공연과 관련해 제도적인 재정비가 필요한 부분들로 다른 예술단체나 축제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 포스터. 주최 측 제공


네이버와 논의를 진행할 예정인 스파프는 늦더라도 11~12월 안에는 축제를 열겠다는 계획이지만 현재는 미지수다. 작품별 적정한 가격을 어떻게 책정할지도 고심이다. 앞서 온라인 유료 공연과 관련해 국립극단의 ‘불꽃놀이’는 2500원,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는 2만원이 책정된 바 있다. 스파프 역시 라이브 공연에 비해 낮은 가격을 책정할 계획이지만 온라인 환경에서 순수예술 콘텐츠로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다. 스파프 관계자는 “이번 예술제는 공연 영상화·유료화의 의미가 있지만, 한 번도 가지 않은 길이여서 험로가 예상된다”면서 “기존 오프라인 공연과는 다른 차별화되는 마케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파프와 함께 치러지는 서울아트마켓(PAMS·팜스)의 변화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국내외에서 매년 1000명 이상의 축제·공연장 관계자가 모이는 팜스는 수많은 예술가의 해외진출 창구 역할을 해 왔다. 코로나19 탓에 일찌감치 온라인 방식으로 전환된 팜스는 올해 공연 관계자 컨퍼런스를 온라인으로 개최하고,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해 82개 예술단체 부스를 웹으로 감상하도록 할 계획이다. 특히 부스 프로그램은 PC에서 주최 측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입장한 관람객이 본인의 아바타를 RPG 게임을 하듯 움직이며 감상하는 방식이다. 관람객은 이 부스에 방문해 예술단체에 말을 걸 수도, 소책자를 내려받을 수도 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