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안 모래가 사라진다…월정리 가장 심각

입력 2020-10-07 16:14
제주 전역의 해수욕장 개장을 하루 앞둔 지난 6월 30일 오후 제주시 조천읍 함덕해수욕장에서 해수욕장 관계자들이 중장비를 이용해 모래 유실 방지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메랄드빛 바다와 해안가를 따라 늘어선 카페가 이국적인 풍경을 만들어내며 제주의 명소가 된 구좌읍 월정리. 하지만 매해 겨울이면 주민과 상인들은 모래 걱정으로 밤잠을 설친다. 해수욕장의 모래가 북서풍을 타고 모래사장 옆 해안도로와 상점가로 날아들기 때문이다. 도로로 날아든 모래는 차선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수북이 쌓여 한 달에도 여러 차례 중장비를 동원해 치워야 할 정도다.

마을 관계자는 “날이 슬슬 추워지는 이 무렵부터 모래와의 전쟁이 시작된다”며 “도로에 쌓이는 모래량만 보면 며칠에 한 번 굴착기가 필요할 정도”라고 토로했다.

제주의 해안 침식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충남 당진)이 해양수산부로 제출받은 연안 침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지역 11개 연안(해수욕장) 중 ‘우려’(C)와 ‘심각’(D) 단계의 침식등급을 받은 곳이 8곳으로 나타났다.

제주시 월정지구가 가장 심각한 D등급을 받았고, 한해 수십만 명이 찾는 제주시 이호 함덕, 서귀포시 표선 중문 신양 수마포구 해수욕장과 용머리~사계포구가 C등급을 받았다.

이 같은 제주지역 침식우심률(전체 연안 중 C·D 침식등급 비율)은 72.7%로, 전국 평균(61.2%)을 월등히 상회했다.

문제는 제주 연안의 해안침식 상황이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는 점이다.

침식 상태가 가장 심한 것으로 확인된 제주시 월정지구의 경우 지난 2003년 신규 침식 지역으로 추가된 이후 2018년까지 주로 B등급으로 분류됐으나 지난해 D등급으로 두 단계나 하락했다.

여름철 하루 방문객이 5000~6000명에 달하는 제주시 함덕 해수욕장은 지난해 C등급으로 진입했고, 제주올레 10코스가 지나는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용머리 해안~사계포구 일대는 2014년 이후 모래 유실이 심해 2016~2017년 인공 모래 포집기를 여러 곳에 설치했지만 지난해 C등급으로 오히려 한 단계 하락했다.

제주지역 연안 침식은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는 자연적 요건과 함께 해안도로 건설에 따른 해류 변화, 개발에 따른 모래언덕(해안사구) 소실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양수남 제주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국장은 “월정리의 연안 침식은 해안도로 건설과 일대 개발로 모래언덕이 사라지면서 바람에 날린 모래가 날아가 쌓일(순환될) 공간이 없어진 이유가 가장 크다”고 말했다.

어기구 의원은 “연안 침식은 자연적 요인과 각종 개발 행위에 따른 원인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부서 간 협력체계 구축이 문제 해결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