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화재’ 형제, 기관 모니터링 월 1회뿐…주기 단축해야”

입력 2020-10-07 15:52
초등생 형제 다친 미추홀구 빌라 화재 현장. 연합뉴스(인천 미추홀소방서 제공)

보호자가 집을 비운 사이 발생한 화재로 중상을 입은 초등학생 형제 사건과 관련해 아동보호전문기관의 대면 모니터링 주기를 단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7일 더불어민주당 허종식(인천 동구미추홀갑) 의원실에 따르면 인천시 아동보호전문기관은 미추홀구 화재로 다친 초등생 A군(10), B군(8) 형제와 어머니 C씨(30)를 분리해달라는 피해아동 보호명령을 지난 5월 29일 인천가정법원에 청구한 뒤 매달 한 차례씩만 가정 방문을 했다. 현행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업무 수행 지침에는 ‘법원의 결정 전까지 한 달마다 가정을 방문한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A군 형제 가정은 2018년 9월부터 방임 등 아동 학대가 의심된다는 이웃 신고가 3차례나 접수됐던 만큼 규정된 지침보다 더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 의원은 “가정마다 상황과 심각도가 다른 만큼 한 달에 1번만 대면 모니터링하게 돼 있는 기관 지침을 유연하게 바꿀 필요가 있다”며 “불시 가정 방문을 활성화하거나 돌봄서비스 이용을 명령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법원 측은 분리 조치보다 심리 상담이 바람직하다며 상담 위탁 보호 처분 판결을 내렸다. 이런 내용의 명령문은 지난달 4일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도착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상담을 할 수 없었고, 사고 당일인 지난달 14일에야 C씨를 대면 조사했다.

당시 C씨는 “(외출했다가) 둘째 아들의 연락을 받고 귀가했다”며 “화재 발생 원인은 모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군 형제는 지난달 14일 오전 11시10분쯤 인천시 미추홀구 4층짜리 빌라의 2층 집에서 C씨가 외출한 사이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가 일어난 화재로 중화상을 입었다. 당시 형제는 119에 신고했으나, 다급한 상황인 탓에 집 주소를 말한 뒤 “살려주세요”만 반복해 외쳤다. 소방당국은 위치추적 끝에 화재 장소를 파악하고 현장으로 출동해 10분 만에 불길을 잡았다.

이후 A군은 안방 침대 위 아동용 텐트 안에서, B군은 침대와 맞닿은 책상 아래 좁은 공간에서 발견됐다. A군이 동생 B군을 책상 아래 좁은 공간으로 몸을 피하게 하고 자신은 화재로 인한 연기를 피해 텐트 속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이로 인해 A군은 온몸의 절반가량에 3도 화상을, B군은 다리 등에 1도 화상을 입었다.

형제는 지난 추석 연휴 기간 서울 모 화상 전문병원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겨졌다. A군은 대화가 가능한 상태로 이날 2차 피부 이식 수술을 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B군도 눈을 뜨는 등 의식을 되찾았으나 고갯짓 정도만 가능하고 대화는 어려운 상태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