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 반발 안 먹혔다…홍남기 “‘대주주 3억’ 2017년 이미 결정”

입력 2020-10-07 13:33 수정 2020-10-07 14:24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주주 양도소득세 과세 기준을 기존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하향 조정한다는 정부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7년 결정됐던 사안이라 정책 수정은 없다고 못을 박은 것이다. 청와대 홈페이지 청원게시판에 홍 부총리의 해임까지 요청하며 대주주 3억원 요건에 거세게 반발했던 ‘동학개미’들의 요구는 사실상 반영되지 않을 전망이다.

홍 부총리는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0년도 국정감사에서 고용진 의원의 “대주주 양도세 과세대상을 (현행 10억원 이상에서) 3억원까지 확대할 예정인가”라는 질문에 “해당 사안은 정부가 지금 결정한 것이 아니라 2017년 하반기에 결정한 것이다”고 답했다.

기재부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양도세 관련 현안의 공식입장을 밝히겠다고 예고했었다. 홍 부총리가 이미 대주주 요건 변경이 결정된 사안이라고 답변하면서 기재부는 소득세법 시행령을 정해진 일정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현재 주식 한 종목당 보유 금액이 10억원 이상일 경우 대주주로 규정해 양도차익에 22~33%(지방세 포함)의 양도세를 부과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3억원 이상으로 대주주 기준을 낮춘다는 방침이다. 내년 4월부터 주식 한 종목당 3억원 이상 보유한 주주도 양도차익에 대해 양도세를 내야 한다.

여기에다 주식 보유액에 대한 계산의 경우 주주 당사자는 물론 사실혼 관계를 포함한 배우자와 부모·조부모·외조부모·자녀·친손자·외손자 등 직계 존·비속 등 특수관계자가 보유한 주식을 모두 합산한다.

개인투자자들은 대주주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경제 규모가 커지고 주식 거래가 활발해지는 시대 흐름과 맞지 않는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올해 말 세금을 회피하기 위한 개인들의 매도 물량이 한번에 풀리면서 시장이 침체돼 개인투자자들의 손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가족 합산’ 규정의 경우 ‘현대판 연좌제’라며 수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홍남기 기재부 장관 해임을 강력히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글까지 올라왔다(국민일보 2020년 10월 6일자 단독기사 참조). 이 게시글은 7일 오후 약 5만명의 동의를 얻는 등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기재부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과세 원칙에 따라 대주주 양도세 요건을 확대한다는 원칙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2023년부터 대주주 여부와 상관없이 양도 차익을 과세하면 과세 대상이 얼마나 확대되고, 세수가 얼마나 늘어나는가”라는 질문에 홍 부총리는 “이 사안은 증세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전혀 없다. 오히려 과세 형평을 위한 것”이라고 답했다.

고 의원이 “2017년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할 때는 2023년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정책 스케줄이 없었다. 경제 환경 변화에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자 홍 부총리는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 과정에서 소위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 주주들의 역할이 컸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주식 양도소득세는 자산 소득과 근로 소득 등의 형평 등에 대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다만 여당 내에서도 대주주 요건을 수정할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정부와 정치권의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장 정부 방침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우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3억원 이상 보유주식 양도세 부과는 시기상조다”라고 글을 올렸다. 우 의원은 이어 “개별 종목을 3억원 이상 보유한 일가에 대주주란 명칭을 부여하는 것부터 사람들의 거부감을 불러 일으킨다. 흔히 보통 사람들은 대주주를 개별 회사를 지배할 만큼 지분을 보유한 재벌 총수나 오너 등을 떠올린다”며 “기업의 지배구조를 왜곡하던 재벌 일가에 휘두른 방망이를 엉뚱한 개인에게도 들이댄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고 꼬집었다.

우 의원은 또 “부동산 등에 집중됐던 과잉유동성을 그나마 훨씬 건전한 증시 등 자본시장으로 유도해내야 할 시점에서 이들을 다시 내쫓을 시그널을 줘서는 안 된다”며 “세대합산부터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 장기보유세제 등 합리적인 세제 혜택도 추가해야하고 어렵게 되살아나고 있는 증시에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실물경기가 되살아나고 증시가 안정화될 때까지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