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추진하는 반중 블록인 ‘쿼드’(Quad·4자) 외교장관회의가 6일 공동성명 발표 없이 끝나자 중국에선 “예견됐던 일”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중국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관영매체는 “각국의 이익이 다르고 서로 이해관계를 계산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구상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선이 푸단대 국제정치학과 부교수는 7일 중국 글로벌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은 쿼드를 아시아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같은 군사동맹으로 공식화하려 한다”며 “이는 미국의 역량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이 이런 동맹을 꿈꾼다는 것 자체가 그들의 쇠퇴를 증명할 뿐”이라며 “동맹국을 하나로 묶으려면 이익을 제공해야 하지만 미국은 지금 그들에게 줄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선 교수는 쿼드에 참여하는 일본, 호주, 인도를 둘러싼 현실을 언급하며 쿼드 블록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우선 쿼드를 군사동맹화할 경우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 문제가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선 교수는 “미국이 평화헌법 개정을 지지하면 지역 내 격변 같은 불확실성을 감수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미국은 어떻게 일본 자위대에 일본 헌법을 뛰어넘는 활동을 하도록 지시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쿼드 동맹에 인도를 포함하려면 대부분 러시아제인 인도 무기를 미국 기준에 맞도록 바꿔야 한다”면서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호주에 대해선 압박성 발언도 내놓았다. 선 교수는 “호주는 미국 정부의 충실한 추종자인 것 같다”며 “쿼드 동맹을 통해 글로벌 위상을 높이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러나 한정된 경제와 인구로 얼마나 강해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호주 정부가 중국을 격분시키는 데 급급하다면 끔찍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렇듯 각국은 이해관계가 달라 이번 쿼드 외교장관회의에서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고 결과적으로 중국을 명시한 공동성명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선 교수는 “미국이 말하는 ‘공동의 가치’는 미국 편을 들게 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날을 세웠다.
이는 중국 견제를 위해 민주주의, 인권, 법치 등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이 단합해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을 반박한 것이다. 미국의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구상’은 이런 가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중국은 쿼드 모임이 처음 시작된 2007년만 해도 모든 당사국에 공식적으로 항의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호주는 그 해 말 중국을 자극할 것을 우려해 4자 안보 대화에서 손을 뗐다. 이후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2017년 이 협의체가 부활했다.
쿼드 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전날 NHK방송 인터뷰에서 “세계가 너무 오랜 기간 중국의 위협에 노출돼 있었다”며 “지금이야말로 이 문제에 진지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홍콩 통제, 동‧남중국해 갈등, 히말라야 산악지대에서의 중‧인도 국경 분쟁 등을 열거하며 “전 세계 뜻이 맞는 국가들과 협력해 군사력과 강압을 사용하려는 이들을 반대하는 게 답”이라고 강조했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쿼드 멤버 중 어느 나라도 중국 정부와 정면충돌할 생각이 없다’는 지적에 “생각이 같은 나라 모두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의 침식을 보고 있고 행동에 나서고 있다”고 일축했다고 CNN방송이 전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