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한전)가 해외 석탄발전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이유로 글로벌 주요 연기금이 한전에 넣은 투자금을 잇따라 회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국 연기금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라는 가치를 투자 결정의 주요 근거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한전이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추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수진(동작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국정감사에서 “해외 연기금들이 한전의 해외 석탄발전 사업에 반발하며 투자금 회수에 나서고 있다”며 “‘탈석탄’에 동참하는 해외 연기금들의 방침에 맞춰 석탄발전 사업 참여를 중단하고 에너지 전환에 동참해야 한다”고 산업통상자원부와 산하 공기업에 촉구했다.
한전이 이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 4위 규모로 알려진 네덜란드연기금(APG)은 2017년 한전 지분을 급작스럽게 절반 이상 매각했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약 8%를 제외한 투자금 전액을 회수했다. 4년 전과 비교해 투자금 규모는 3.8%로 줄어든 상황이다. APG는 “세계 금융시장은 석탄 화력 부문에 대한 투자를 줄여나가는 추세”라며 “한전 사장과 이사회는 스스로의 결정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전 지분율 2위였던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도 급격히 투자금을 줄였다. 2018년 말에는 전년 대비 절반 수준인 50.3%로 급감했고, 지난해 말엔 그 가운데 58.7% 만을 남기고 자본을 회수했다. 현재 한전에 남은 CalPERS 투자금은 4년 전 대비 22.1% 수준이다.
영국성공회도 지난해 11월 한전에 서한을 보내 “한전이 한국에선 탈석탄에 동참하면서 해외에서는 신규 석탄발전사업에 투자하는 비양심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며 “해외 신규 석탄발전 프로젝트를 지속할 경우 투자를 철회하겠다”고 경고했다. 세계 2위 규모 연기금인 노르웨이국부펀드(GPFG)도 ‘운영의 30% 이상을 석탄에 의존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 배제 방침’에 의거해 한전을 투자금지기업으로 지정한 상태다.
이 의원은 “해외 연기금의 한전 투자금 유출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6월 기준 한전이 계획 중인 해외투자사업 총 8건 가운데 4건이 석탄발전사업이다. 한전은 비영리국제기구 ‘ENDCOAL’이 파악한 석탄발전 용량 순위에서 2281개 기업 중 1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세계적으로 석탄발전이 하향 산업이 된 추세에서 우리 공기업이 이처럼 막대한 해외자본 유출에도 불구하고 석탄발전사업을 고수해야 할 이유가 납득되지 않는다”며 “국제기금의 탈석탄 경향성이 뚜렷한 만큼, 정부와 한전 등 공기업이 에너지 전환 정책에 속히 동참하지 않는다면 세계 자본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