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 기피 논란으로 2002년 이후 입국이 금지돼온 가수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44)이 또다시 비자발급 거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이 한국 정부의 유씨 비자발급 거부 조치를 위법한 것으로 결론지었지만 지난 7월 정부가 재차 비자발급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결 당시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던 유씨는 이번 비자발급 거부에 크게 낙담했고 소송을 결정했다고 한다.
유씨는 지난 5일 주 LA총영사관 총영사를 상대로 “비자발급 거부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이번 소송은 지난 7월 정부가 재외동포법을 근거로 유씨의 비자발급을 재차 거부한 데 따라 제기됐다. 유씨가 한국에 입국할 경우 “대한민국의 안전보장과 질서유지, 공공복리에 저해가 될 수 있다”는 근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오랜 소송 끝에 “비자발급 거부 처분에 잘못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을 받아냈던 유씨로서는 크게 낙담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7월 대법원은 LA총영사관이 법무부의 입국금지 조치를 이유로 유씨의 재외동포 비자 발급을 거부한 것이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이때 유씨와 가족은 “진심으로 감사한다”는 입장을 내놨었다. LA총영사관이 재상고했지만 비자발급 거부 처분이 잘못이라는 결론은 바뀌지 않았고 지난 3월 확정됐다.
대법원 판결이 있다고 해서 유씨가 곧장 입국할 수는 없을 것이란 예상은 앞서서도 있었다. 법무부와 외교부가 비자발급 여부를 또다시 판단해야 하고, 이때 입국금지를 유지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애초부터 대법원의 판결이 비자발급 거부 과정에서의 절차 문제를 지적한 것이며 “유씨에게 비자를 발급하라”는 결론이 아니었다는 해석도 있다.
유씨를 대리하는 임상혁 변호사는 “본인 뿐 아니라 가족도 고통을 많이 받고 있다”고 전했다. 대법원 판결을 따르지 않은 정부 당국의 행위를 시정받는 것이 이번 소송의 목적이다. 정부가 여론에 밀려 유씨의 입국을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소송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반대하는 국민도 많겠지만, 비자 발급은 법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