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투자 한명에 202명이 당했다…날린 전세금 413억

입력 2020-10-07 09:27 수정 2020-10-07 10:49

서울에 사는 임대인(집주인) 한 명이 200명이 넘는 세입자들의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액수로만 400억원이 넘는다. 공공 보증기관이 나서서 전세보증금을 대신 갚아줬지만 이후 변제금을 거의 회수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상훈 의원(국민의힘)이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제출받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 상위 30위 임대인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6개월 동안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은 임대인 상위 30명이 저지른 보증사고 건수는 549건, 금액은 1096억4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HUG는 세입자에게 966억6400만원을 대신 갚아줬다. 하지만 이후 해당 집주인에게 청구해 받은 회수금은 117억3100만원(12.1%)에 그쳤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임대인 A씨는 이 기간에 세입자의 전세금을 가장 많이 돌려주지 못했다. 액수로도 최대치였다. A씨는 2017년부터 올해 6월까지 202명의 임차인(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다. 금액으로만 413억1100만원에 달했다. A씨는 무리하게 전세를 끼는 갭투자를 하면서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HUG는 최근까지 A씨가 저지른 사고 186건에 대한 전세보증금 382억1000만원을 세입자들에게 대신 갚아줬다. 하지만 변제금 중 A씨에게 청구해 회수한 액수는 ‘0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B씨도 세입자 50명에게 전세금 101억5800만원을 돌려주지 않았고, 강서구의 C씨도 세입자 48명에게 전세금 94억8000만원을 갚지 못했다. 지방에서는 충남 예산군의 D씨가 세입자 12명에게 286억1000만원의 보증금을 변제하지 않았다.

HUG는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상위 10명 중 6명으로부터는 단 한푼도 받아내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세금 반환보증보험은 집주인이 임차 계약기간 만료 후에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면 가입자(세입자)에게 대신 보증금을 지급(대위변제)해준 뒤 이후 구상권을 행사해 집주인에게 청구하는 상품이다. 현재 공공 보증기관인 HUG와 민간 보증기관인 SGI서울보증에서 운용 중이다.

김상훈 의원은 “단 1명이 저지른 보증사고로도 수백 가구의 전세보증금과 수백억원의 세금이 상실되고 있다”며 “주무 부처가 미연에 사고 발생을 막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