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작년 7월 조성길 망명에 국정원 “확인 못 해줘”

입력 2020-10-07 07:02 수정 2020-10-07 09:44

“조성길 전 대사 대리는 작년 7월 한국에 입국해 당국이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의가 많이 와 알려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복수의 국회 정보위원회 관계자도 같은 날 “조 전 대사 대리가 지난해 7월 한국에 들어와 생활하고 있다”며 “입국 당시에는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는 조건으로 들어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국정원 관계자는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통상적으로 정보기관의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은 질의가 사실과 부합하는 경우 주로 쓰는 표현이다. 사정을 알고 있는 대북 소식통은 동아일보에 “그가 아내, 아들과 함께 한국에 온 것으로 안다”며 “조 전 대사 대리는 미국에 가지 않고 스위스 등 망명을 타진하다 한국에 온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조 전 대사 대리 부부는 지난 2018년 11월 초 임기 만료를 앞두고 종적을 감춰 지난 2년간 그의 행방에 관심이 쏠렸다. 조 전 대사 대리의 한국행은 1997년 황장엽 전 노동당 국제비서 이후 20여년 만에 북한 최고위급 인사의 한국 망명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2011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집권한 뒤 북한 대사급 외교관이 망명한 사례는 그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대사 대리의 망명 소식이 알려진 이후 김정은 위원장은 해외 체류 외교관들을 본국으로 불러들여 사상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조 전 대사 대리의 잠적 이유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각에선 김 위원장의 사치품 조달 책임을 맡았던 그가 전방위 대북 제재로 물품 조달에 차질을 빚게 되자 처벌이 두려워 피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조 전 대사 대리가 사라진 직후 외신들은 이탈리아 등 외국 정부의 신변 보호를 받으며 제3국으로 망명을 타진 중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었다. 지난해 2월엔 이탈리아 외교부가 조 전 대사 대리의 미성년 딸이 북한으로 송환된 사실을 공식 확인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한편 조 전 대사 대리는 2017년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을 이유로 이탈리아 정부가 문정남 당시 주이탈리아 북한대사를 추방한 이후 대사 대리를 맡았다. 그의 아버지와 장인 또한 북한에서 대사를 지낸 엘리트 외교관 집안 출신으로 영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등 4개 국어에 능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