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졌던 北 조성길, 작년 7월 국내 들어왔다

입력 2020-10-06 21:42


2018년 해외 현지공관을 이탈해 행방이 묘연했던 조성길 전 주이탈리아 북한대사대리가 한국행을 택해 현재 국내에 체류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사급인 조 전 대사의 한국행은 1997년 황장엽 전 노동당 국제비서 이후 북한 최고위층의 망명이다.

복수의 국회 정보위원회 관계자는 6일 “조 전 대사대리가 지난해 7월 한국에 들어와 생활하고 있다”며 “입국 당시에는 이같은 사실을 공개하지 않는 조건으로 들어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보위 야당 간사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당국이 조 전 대사대리를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조 전 대사대리는 임기 만료를 앞둔 2018년 11월 초 아내와 함께 잠적했다. 지난해 2월에는 이탈리아 외교부가 조 전 대사대리의 미성년 딸이 북한으로 송환된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본부가 있는 이탈리아는 국제사회의 식량지원이 절실한 북한에게 비중이 큰 나라로 꼽힌다. 특히 주이탈리아 북한대사관은 북한 지도층의 해외 고가 제품을 수입하는 주요 통로로, 상당한 규모의 자금을 운영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가 종적을 감추자 북한대사관이 관리하던 상납금 수천만 달러를 관리하는 과정에 문제가 생겨 신변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당초 조 전 대사대리는 남북관계를 고려할 때 한국행을 택할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이 때문에 그가 한국행을 최종 결심한 배경에는 우리 정부의 확실한 신변보호 약속이 있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조성길은 아버지와 장인 모두 북한에서 대사를 지낸 ‘금수저’ 출신이다.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조성길에 대해 “나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부유하고 가문도 좋다”고 언급한 바 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