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처럼 하려 했는데…어제 패배가 너무 분했다”

입력 2020-10-06 21:00 수정 2020-10-06 22:09
라이엇 게임즈 제공

“아직 보여드리지 않은 게 많아요. 믿고 기다려주세요.”

DRX ‘데프트’ 김혁규는 긴 호흡으로 ‘2020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을 풀어나가고 있다.

DRX는 6일(한국시간) 중국 상하이 미디어 테크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2020 롤드컵 그룹 스테이지 4일차 3경기에서 플라이퀘스트(북미)를 꺾었다. DRX는 이날 승리로 2승1패를 기록했다. D조 단독 2위로 반환점을 돌았다.

앞서 하루 전인 5일 TOP e스포츠(TES, 중국)에 대회 첫 패배를 당한 바 있는 DRX다. 이 경기에서 DRX는 ‘나이트’ 줘 딩(녹턴)과 ‘재키러브’ 유 웬보(세나)를 막아내지 못해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김혁규는 오로지 바텀의 부진 때문에 이런 경기 결과가 나왔다고 봤다.

김혁규의 머릿속엔 TES를 향한 복수심만이 가득했다. 플라이퀘스트전 직후 국민일보와 화상 인터뷰를 한 김혁규는 “빨리 TES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다시 만나면 이길 자신이 있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또 이날 경기를 유독 공격적으로 풀어나간 것도 TES전 패배의 여파였다고 밝혔다. 다음은 김혁규와의 일문일답이다.

-오늘 경기를 승리한 소감은.
“조금 힘든 경기를 했다. 만족할 만한 게임은 아니었지만 이겨서 다행이다.”

-오늘 게임에서 마음에 들지 않은 점이 있었나.
“바텀 첫 데스는 절대 나올 수 없는 장면이었다. 자연스럽게 두 번째 드래곤까지 상대에게 내줬다. 그것도 (드래곤을) 지킬 수 있었다. 세 번째 드래곤도 상대에게 내줬다. 제가 드래곤 등장 시간을 잘못 계산해 탑라인 웨이브를 하나 더 민 게 문제였다.”

-첫 데스 땐 상대 정글러가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던 건가.
“포탑을 공격하면 포탑 방패 골드를 채굴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상대 정글러가 바텀을 봐줬어도 저희가 자리를 잘 잡았다면 살아서 퇴각할 수 있었다. 너무 안일하게 플레이해서 죽었다.”

-케이틀린을 골랐다. 이번 대회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챔피언이다.
“저희 경기에선 케이틀린이 항상 밴 됐기 때문에 보여드릴 기회가 없었다. 밴 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꺼내 캐리할 수 있는 챔피언이다. 저는 케이틀린이 여전히 좋은 챔피언이라고 생각한다.”

-평소보다 더 날이 서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라인전부터 상대를 거칠게 밀어붙였다.
“평소처럼, 늘 해왔던 대로 플레이하려 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어제 TES전 패배가 워낙 분해서 플레이에 감정이 섞였던 것 같다. 그러면 안 됐는데…. 감정적으로 플레이했던 것 같다.”

-마지막 바텀 전투에서 오리아나를 잡아낸 플레이가 인상 깊었다. 언제 킬각을 봤나.
“제가 케이틀린의 패시브 효과인 ‘헤드샷’을 켜놓은 상황이었다. 오리아나가 저를 견제할 수 없는 위치에 구체를 뒀더라. 그때 바로 죽이겠단 생각으로 진입했다.”

-5일 TES전 이후 느낀 점이 있나.
“순전히 바텀 하나 때문에 졌다고 생각한다. 데이터가 있는 구도에서 싸워 졌으면 덜 분했을까…. 아니, 더 분했을 수도 있겠다.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한 채로 진 거 같아서 너무 허무했다.”

-그룹 스테이지 반환점을 돌았다. 재대결에 대한 자신감은.
“대회 시작 전이나 지금이나 자신감은 항상 가득 차 있다. 빨리 TES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다시 만나면 이길 자신이 있다.”

-이번 대회에선 블루 사이드의 승률이 더 높다. TES와의 재대결에선 블루 사이드로 향한다.
“바텀 듀오만 놓고 밴픽을 할 때는 퍼플 사이드 쪽이 구도를 짜기에 더 편하다. 하지만 상체까지 고려한다면 블루 사이드 쪽이 더 편하지 않나 싶다.”

-끝으로 인터뷰를 통해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는 이 대회를 굉장히 길게 보고 있다. 아직 보여드리지 않은 게 굉장히 많다. 팬 여러분께서도 힘드시겠지만, 저희가 대회에서 완전히 탈락하기 전까지는 저희를 믿어주시고 많은 응원을 보내주셨으면 좋겠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