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자책 할인 확대, 웹 소설·웹툰 적용 제외 등 현행 도서정가제를 개정하려고 하는 가운데 출판·서점계에 이어 작가들도 도서정가제 사수에 나섰다.
한국출판인회의와 한국작가회의는 6일 서울 마포구 한국출판인회의 강당에서 한국의 작가 70%가 현행 도서정가제 유지나 강화를 원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현행 도서정가제는 책값의 최대 10% 할인과 적립금 등 경제적 이익을 5%로 제한하고 있다.
도서정가제에 대한 의견을 물었을 때 ‘강화돼야 한다’고 대답한 사람은 30.2%였고, ‘유지’를 대답한 사람도 39.7%에 달했다. 할인 폭 확대 등 ‘완화’라고 대답한 사람은 30.0%에 불과했다.
도서정가제가 현재 작가에게 도움이 되는지를 질문했을 때도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47.1%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33%)보다 많았다.
도움이 되는 분야에 대해서는 중복 응답으로 조사했을 때 ‘가격 경쟁의 완화’를 꼽은 작가들이 62.8%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작가의 권익 신장’(58.5%), ‘동네서점의 활성화’(54.8%), ‘신간의 증가’(31.7%), ‘출판사의 증가’(18%) 등의 순이었다.
또한 응답자의 절반은 도서정가제가 책값 인상을 방지했다고 보고 있었다.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답변은 30.8%에 불과했다.
43%의 작가들은 신간 출간에도 도서정가제가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답변은 33.9%였다. 한국출판인회의는 2014년 11월 시행된 도서정가제의 영향으로 2013년 6만1548종이던 신간 종수가 2017년에는 8만1890종으로 33% 늘었다는 통계와도 유사한 흐름이라고 부연했다.
한국출판인회의는 “도서정가제가 시장경제 논리로부터 출판계 전체의 다양성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방어막이 되어 왔다는 한국작가회의의 주장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라며 “창작자들도 도서정가제에 대한 지지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출판인회의와 한국작가회의는 이날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소설가 한강, 박준 시인, 이광호 문학과지성사 대표를 초대해 작가토크 시간도 가졌다.
이 자리에서 한강 작가는 도서정가제 폐지 국민청원과 관련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지난해 말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도서정가제의 폐지를 청원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와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었다.
그는 “(도서정가제 폐지가) 짧게 보면 좋을 수도 있다. 재고가 쌓였던 큰 플랫폼은 저가에 처리할 수 있고, 우리도 싼값에 책을 사면서 몇십만원 이득을 볼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그런 잔치는 금방 지나가게 되고, 작은 출판사들, 그런 것(다양성과 대안을)을 모색하는 가능성들의 죽음을 겪게 될 것이며 그에 따른 최대 피해자는 독자들 그리고 독자가 될 수 있는 아직 어린 세대들”이라고 강조했다.
박준 시인도 “출판문화를 숲이라고 생각하면 도서정가제는 일종의 경계선”이라며 “도서정가제를 없앤다는 것은 이 경계선을 없애고 숲을 다른 도심과 연결시킨 뒤 싸워서 살아남으라는 논리”라고 했다.
이번 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말 전국 작가 3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표본은 한국작가회의 소속 문인 2300여명과 한국출판인회의가 제공한 비문학 작가 1200명이다. 이중 1135명이 응답했다. 신뢰도는 95%, 표본오차 ±2.9% 수준이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