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상온에 노출된 국가 예방접종사업용 인플루엔자 백신의 효력과 안전성에 이상이 없었다고 밝혔다. 품질에 이상이 없다는 검사 결과에 따라 중단됐던 국가 예방접종은 오는 12일쯤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질병관리청은 6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합동으로 진행한 상온 노출 의심 인플루엔자 백신 관련 브리핑에서 “총 48만 도즈의 백신을 수거해 접종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해당 물량은 적정 온도인 2~8도를 장시간 벗어났거나 땅바닥에 일시적으로 놓여지는 등 부적절하게 운송됐다. 수거되는 백신에는 운송 과정의 온도가 확인되지 않은 물량 3만 도즈, 적정 범위보다 낮은 온도에 노출된 물량 약 27만 도즈도 포함됐다. 인플루엔자 백신이 낮은 온도에 얼어도 효력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식약처의 품질검사 결과 백신 효력 저하나 부작용은 발견되지 않았다. 식약처는 품질 변화 가능성이 의심되는 백신 2100도즈를 수거해 2주 동안 단백질 함량, 발열반응 등을 시험했다. 백신 접종 후 사망자가 나온 인천 소재 요양병원의 잔여 백신 58도즈도 검사했다. 백신이 상온에 노출될 경우 효력이 낮은 ‘물백신’이 되거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으나 검사 결과 모두 품질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식약처는 한국의약품시험연구원, 백신 제조사와 함께 상온 이상의 온도 조건에서 백신 품질이 유지되는지 확인하는 안정성시험도 진행했다. 그 결과 8품목의 백신 모두 25도에서는 24시간 이상 품질을 유지했다. 37도에 12시간 노출됐을 때는 2개 품목 품질이 일부 변화를 보였으나 이번 유통 과정에서 37도의 환경에 노출된 백신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 예방접종이 오는 12일쯤 재개될 전망이지만 독감 백신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국민들은 여전하다. 복수의 지역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백신 관리도 제대로 안 됐다는 소식에 아이를 맞힐까 말까 고민 중”이라거나 “추석도 지났고 추워지기 전에 접종을 해야겠는데 꺼림칙하다”는 반응이 줄지어 올라왔다.
방역 당국의 섣부른 호언도 불안감에 일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질병청은 지난달 22일 상온에 노출된 것으로 의심되는 물량이 실제 접종에 쓰이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접종 숫자는 계속 늘어 이날 오후 4시 기준 3045명이 백신을 맞은 것으로 집계됐다.
수거 대상 물량을 접종한 숫자는 554명으로 파악됐다. 다만 발열·오한, 접종부위의 멍 등 일시적 이상반응 외에 유의미한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다. 방역당국은 이날까지 수거 대상 물량을 접종받은 대상자 중 3명의 이상반응이 확인됐으나 현재는 모두 증상이 사라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앞서 질병청은 지난달 21일 의약품 도매업체 신성약품을 통해 공급된 백신 539만도즈의 일부가 상온에 노출됐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이후 22일부터 예정됐던 국가 예방접종사업을 일시 중단하고 합동 현장조사에 나섰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