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드 대응해…美제재받는 나라들과 공동성명 낸 중국

입력 2020-10-06 17:57 수정 2020-10-06 18:00
장쥔 유엔 주재 중국 대사. 중국 글로벌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중국이 북한, 러시아, 이란 등 미국의 제재를 받는 26개국을 대표해 제재 해제를 촉구하는 대미 비난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다자안보협의체 ‘쿼드’(Quad·4자) 외교장관 회의에 맞서 국제무대에서 미국에 날을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장쥔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5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 일반토의에서 미국과 서방국가들의 일방적 제재를 비판하고 즉각적인 해제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고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가 보도했다.

공동성명에는 북한, 러시아, 이란 외에도 쿠바, 시리아, 베네수엘라 등이 참여했다. 유엔총회 제3위원회는 인권과 인도주의 사안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위원회다.

장 대사는 “지난 4년동안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부터 북한과 이란의 핵프로그램, 베네수엘라 지도자의 권리남용에 이르기까지 여러 국가들을 처벌하기 위해 제재를 가속화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러한 제재는 특정 국가와 기업을 달러 기반의 글로벌 무역 시스템에서 벗어나게 하고 자산을 압류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장 대사는 미국이 주장하는 코로나19 중국 책임론도 거듭 반박했다. 그는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은 국제적 연대와 협력을 필요로 한다”며 “그러나 우리는 유엔 헌장 및 국제법 취지와 기본 규범에 반하는 일방적 강압 조치가 이뤄지는 것을 계속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S.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부 장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머리스 페인 호주 외무장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왼쪽에서 오른쪽으로)이 6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인도-태평양 연안 4개국 외교수장의 '쿼드'(Quad·4자) 회의를 앞두고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쿼드는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추진하는 다자안보협의체다. AP연합뉴스

중국이 26개국과 함께 미국 비난 성명을 낸 건 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쿼드 외교장관 회의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중국 견제에 뜻을 같이하는 미국, 일본, 호주, 인도 등 4개국 외교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중국은 미국 주도의 대중 포위망 구축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3일 “미국의 중국 주변국 흔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같은 군사동맹을 구축하는 데 미국과 함께한다면 중국과의 경제적 협력이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역내 국가들이 중국과 미국 중 누구 편을 드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