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방학 기간 진행된 학교 석면 해체·제거 작업의 30% 정도가 안전성 평가 C등급(미흡) 이하 업체를 통해 진행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별다른 우선순위 없이 작업이 진행되면서 정작 위해성이 높은 학교들은 아직 작업을 시작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정부가 2027년까지 ‘무석면 학교’를 달성하겠다며 석면 제거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부실 업체들이 작업을 맡게 되면서 오히려 위험성이 더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석면을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여름방학 기간 동안 전국 209개교에서 석면 해체·제거 작업이 진행됐다. 이 가운데 C등급 업체는 21개교(10.0%), D등급 업체는 12개교(5.7%), 미평가 업체는 42개교(20.1%) 작업을 담당하는 등 75개 학교(35.8%)가 C등급(미흡) 이하 업체를 통해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석면 해제 업체의 안전성을 구분하는데, D등급 업체(매우 미흡)는 1개월 이상 업무정지 처분을 받은 업체들이며 미평가 업체는 업체 등록이 1년 미만이거나 최근 1년간 실적이 없는 업체들이다.
또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위해성 등급이 중간 이상인 서울시 소재 학교 42개교 가운데 공사가 완료된 학교는 6개교(14.3%)에 불과했다. 별다른 우선순위를 고려하지 않은 채 석면 제거 작업을 진행하면서 정작 위해성이 낮은 학교들 위주로 작업이 진행됐다.
정부가 2027년까지 ‘무석면 학교’를 만들겠다고 밝혔는데, 당초 목표가 현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리하게 속도전을 펼치다보니 미흡한 업체들이 석면 제거 작업에 다수 포함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얘기다. 학부모들과 환경단체도 석면 제거 작업의 안전성을 지속적으로 우려해 왔다. 교육부가 지난해 석면 제거 업자 선정시 안전성 평가 등급을 반영하라는 등의 후속 조치를 취했지만 ‘권장 사항’에 불과해 별다른 효과는 없었다.
한편 석면 피해자는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환경부의 ‘석면 피해 인정 현황’에 따르면 2011년 249명이던 석면피해자는 매년 증가해 지난해 646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환경부가 파악하고 있는 석면피해자는 모두 3723명이고, 이 가운데 사망자는 771명(207%)에 달한다. 석면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폐암 등 호흡기 질환이 유발되는데, 잠복 기간이 최소 10년에서 최대 40년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의원은 “위험성이 높은 학교 먼저 석면 제거 작업을 시행하는 등 우선순위를 설정해야 한다”며 “석면 제거 업체 안전성 기준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