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SK네트웍스 등 압수수색… 비자금 의혹 등 정조준

입력 2020-10-06 17:41
6일 법조계와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가 이날 오전 서울 남대문로에 있는 SK네트웍스와 최신원 회장의 주거지 등 10여 곳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회계자료 등을 확보하고 있다. 검찰은 SK네트웍스가 비자금을 관리한 의혹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이날 서울 남대문로 SK네트웍스 빌딩. 연합뉴스


검찰이 최신원(67) SK네트웍스 회장의 비자금 조성 혐의를 포착하고 최 회장의 자택, SK 계열사 등 총 1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빼돌려진 회사 내부 자금 일부가 해외로 흘러나간 단서를 잡고 재산국외도피도 의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이 무담보로 금전을 대여해주고 돌려받지 못하자 채권을 손상 처리한 정황도 수사선상에 올랐다.

이번 수사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취임 이후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가 대기업을 상대로 벌이는 첫 특별수사다. 검찰은 상당 기간 최 회장 주변의 자금 흐름을 분석하며 수사 착수 시기를 저울질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SK 계열사 다수를 압수수색했지만 SK그룹 전반을 겨냥한 것은 아니며, 일단은 최 회장의 개인비리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전준철)는 6일 서울 중구의 SK네트웍스 서울사무소, 최 회장의 자택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하고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계 자료를 확보했다. 이날 검찰의 압수수색 장소에는 리튬이온 2차전지 소재를 생산하는 SKC의 서울사무소, 중계기와 전송장비 등 통신기기를 판매하는 SK텔레시스 본사도 포함됐다. SKC는 SK네트웍스의 특수관계 법인이며 SK텔레시스는 SKC의 자회사다.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에는 최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 이외에도 재산국외도피 혐의가 기재된 것으로 전해졌다. SK네트웍스와 계열사들을 동원해 형성된 비자금이 해외로 흘러나갔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것이다. 앞서 금융정보분석원(FIU)도 2018년 SK네트웍스와 관련한 200억원대의 석연찮은 자금 흐름을 감지하고 검찰에 관련 자료를 넘겼었다.

이후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가 FIU 자료를 분석하고 관련 계좌들을 광범위하게 추적해 왔다. 사건은 최근 반부패수사1부로 재배당됐다. 법조계는 검찰이 법인계좌 추적 과정에서 허가 없이 국외로 송금된 자금을 발견했고, 결국 최 회장과 연결되는 차명계좌를 파악했다고 관측하고 있다. 특별수사 경험이 많은 검찰 출신 변호사는 “FIU의 통보 사안들이 실제 대형 수사로 이어지는 사례는 10건 중 1건 수준”이라며 “추가적인 첩보나 단서가 파악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법조계는 검찰 수사의 초점이 일단 최 회장의 개인비리에 맞춰져 있다고 본다. 그룹 차원의 비리를 예단하기보다는 당분간 최 회장과 SK네트웍스를 중심으로 한 자금 흐름 복원에 수사력을 모을 것이란 관측이다. 검찰은 최 회장이 회계처리 과정에서 채권들을 손상 처리한 사례들도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적정한 담보 없이 돈을 빌려줬다 돌려받지 못했고, 채권 회수 노력 없이 손실로 간주한 일이 수사선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사촌 형이다. SK그룹 창업주인 고(故) 최종건 선경그룹 회장의 차남이다. 그는 2016년 회장 취임 뒤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며 독립 경영을 표방해왔다. 그는 2018년 사업을 결산하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렌털 사업에 과감히 투자했다”고 밝혔었다. 이때 “SK매직이 말레이시아 법인 설립을 통해 해외 시장 개척의 첫걸음을 내디뎠다”고도 했다.

검찰이 강제수사에 착수하기까지 별도의 고소·고발 사실은 없었다. 최 회장과 SK네트웍스 측도 검찰 수사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 비자금 의혹 수사는 이 지검장이 지난해 취임한 뒤 처음으로 벌이는 ‘이성윤표’ 대기업 수사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반부패수사1부로 바뀐 이후 상상인그룹 등에 대한 수사는 있었지만 비자금 등 전통적인 기업범죄 수사는 없다시피했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압수수색 이외의 사실 관계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경원 나성원 기자 neosarim@kmib.co.kr